아버지의 고집, 세계적 스포츠 스타를 만들다
어릴 때 인종차별 때문에 KKK(백인우월주의자 단체), 경찰 등과 싸우며 자란 리차드(윌 스미스 분).
그는 1977년, 테니스 선수 버지니아 루지치가 나흘 동안의 시합에 참여하고 상금으로 4만 불을 받는 것을 보고 애를 2명 더 낳아서 테니스 선수를 시키기로 결심하고 아이를 낳기도 전에 이미 78페이지에 달하는 계획을 작성했다.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 자기는 1년 내내 일해서 5만2천 불을 받았기 때문.
그리고 진짜로 두 딸 비너스 윌리엄스(사니야 시드니 분)와 세레나 윌리엄스(데미 싱글턴 분)를 낳았다. 가난한 그는 아내(언자누 엘리스 분)와 둘이서 직접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친다.
하지만, 프로로 키우려면 자신들보다 훌륭한 코치를 만나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여러 코치를 찾아다닌다.
다들 하나 같이 제대로 레슨비 낼 형편도 안 되면서, 미래에 최고의 테니스 스타가 될 거라고 허풍(사람들은 리차드가 허풍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확신에 차 있다)이나 떠는 그에게 하나 같이 인색하게 대한다.
그러던 중 하도 리차드가 애걸복걸해서 한 번 아이들의 실력이나 보자던 피트 샘프러스(체이스 델 레이 분)의 코치 폴 코엔(토니 골드윈 분)이 비너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나중에 상금 받으면 정산하는 조건으로 레슨을 맡는다.
같이 레슨을 받지 못하게 된 세레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폴의 레슨을 캠코더로 촬영하던 리차드는, 그의 코칭에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의 제안으로 비너스는 주니어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처음엔 긴장해 실수도 했으나, 점차 페이스를 찾은 비너스는 결국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뜬 딸들에게 리차드는 자만하지 말라며, 집에 와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를 보여주며 늘 겸손하여지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웃이 그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자 우리 딸들(비너스와 세레나 외에도 딸이 3명 더 있다)은 전부 우등생이라며, 얘네는 미래에 변호사, 의사, 스포츠 스타가 될 애들이라며 이상한 애들과 어울려 다니며 나중에 교도소가 가지 않도록 엄하게 교육하는 게 죄라면 자기를 체포하라고 항변한다.
또, 폴 코엔이 스폰서를 소개하자 애를 얼마나 혹사하려 하냐며 그와 결별한다. 이후 릭 맥시(존 번탈 분)에게 연락해 두 딸은 물론 온 가족의 생활비와 교육비까지 그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그와 계약을 체결한 후, 갑자기 아이들을 혹사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주니어대회 참가는 안 시키겠다고 고집부린다.
이런 그의 태도는 얼핏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63연승을 거둔 비너스가 여러 주니어대회에 참가하면서 실력을 쌓아야 나중에 프로선수 데뷔도 할 텐데 무려 3년 동안 주니어대회 출전시키지 않는다.
코치 입장에서도 나중에 우승상금의 15%를 받는 조건으로 모든 비용을 자기가 투자하고 있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리차드는 애들은 애처럼 커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다른 애들처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숙제도 성실히 하고, 예배 참석도 빼먹지 말고 그렇게 자라야 다른 스포츠 선수들처럼 나중에 마약 등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자와 인터뷰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비너스에게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하냐고 되묻는 기자에게 14살짜리 애가 자신 있게 대답하면 그냥 그걸로 끝이지 왜 (애 기죽게) 꼬치꼬치 되묻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비너스가 주니어대회 불참 선언 3년 만에 프로 데뷔를 위해 ‘뱅크 오브 웨스트 클래식 대회’에 출전하자 대회 전날 나이키에서 리차드를 찾아와 300만 불에 후원 계약을 맺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내일 비너스가 우승하면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나이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진짜로 다음 날 경기에서 비너스가 이기자 나이키에서 400만 불을 제안해 온다.
이튿날, 세계 랭킹 1위인 비카리오(마르셀라 자카리아스 분)와 맞붙은 비너스는 경기를 주도한다. 이에 비카리오는 경기 흐름을 끊기 위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무려 9분 동안 자리를 비운다.
결국 비카리오의 뜻대로 페이스를 잃은 비너스는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패배하고 만다.
하지만 오히려 팬들과 여론은 비카리오의 태도를 비난하며 비너스를 응원한다. 이로 인해 나이키 외에 푸마와 리복에서도 비너스에게 계약하자고 연락해 온다.
그리고 9개월 후, 테니스 스타 비너스 윌리엄스는 리복과 1,500만 불에 계약을 체결한다.
영화 <킹 리차드>는 세계적 테니스 스타였던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레나 윌리엄스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윔블던대회에서 5회의 우승을 거머쥔 비너스 윌리엄스와 남녀 통틀어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한해에 이루는 걸 말함)을 달성한 4명 중 1명인 세레나 윌리엄스가 아닌 그의 아버지에게 초점을 뒀다.
리차드는 자신과 아이들이 흑인이지만, 자기 딸들만큼은 자기처럼 인종차별을 받지 않게 하려고 비너스와 세레나를 스포츠 스타로 만들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철저히 계획을 세워 거기에 맞춰 교육했다. 그러면서도 단지 테니스만 잘 치는 기계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려고 학교 공부도 철저히 시켰다.
그는 아이들이 올 A를 받지 못하면 테니스 연습도 시키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설령 우승하더라도 자만하지 않도록 늘 겸손함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비록 졌더라도 상대 선수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너무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화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지금도 많은 선수는 매일 운동에만 매진한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승을 위해선 코치가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부모들은 묵인하기 일쑤다.
자기 자녀가 프로선수가 돼 박찬호나 박세리, 김연아 같은 세계적 스포츠 스타가 되기만 하면 모든 걸 다 이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리차드는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라, 인성도 좋아야 하고, 지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부디 이 영화를 운동선수나 그 가족들이 꼭 보길 바란다. 오는 24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