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한 자, 이향하려는 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혹은 어떤 사건 때문에 다시 고향에 돌아온 사람이 겪게 되는 일을 그린 영화 <에펠> <드라이>와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려는 사람을 그린 영화 <벨파스트>를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영화 <에펠>
‘에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 오르는 게 바로 ‘에펠탑’이다.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표적 건축물이지만, 에펠탑이 건축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886년 9월, 미국에 자유의 여신상을 세우고 고향으로 돌아온 에펠(로망 뒤리스 분).
그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20년 후 철거할 임시구조물 설계를 제안받는다.
에펠은 다리가 4개에 높이가 300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을 외곽도 아닌 파리에 세우겠다고 말한다.
도심 한가운데 그렇게 큰 철제구조물이 들어서면 경관도 해치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가 날 것이라는 이유는 주민과 언론은 물론 정부까지도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비와 회삿돈까지 모두 쏟아부어 에펠탑 건축에 돌입한다. 제때 급여를 못 받아 불만인 인부들에게 2주 안에 1층까지만 올리면 임금을 2배 인상해 주겠다며 설득한다.
그리고 1889년 3월 31일 드디어 정확히 높이 300미터에 달하는 에펠탑 건축을 마친다.
영화 <에펠>은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고향에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미 미국에서 ‘자유의 여신상’으로 주목받는 건축가이지만, 정작 고향에선 그의 의견이 먹히질 않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과 결단이 옳았지만, 당시엔 그의 ‘무모한 도전’에 모두 반대했다.
이를 통해 비록 지금은 자신의 (진보적)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다만, 에펠과 아드리엔(에마 매키 분)의 과거 장면이 너무 자주 등장하는 탓에 몰입도가 떨어지는 건 흠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상상력을 더해 각색했으니, 곧이곧대로 믿으면 곤란하다. 오는 23일 개봉.
영화 <드라이>
호주 박스오피스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영화 <드라이>는 고향인 키와라에서 어릴 적 친구 루크가 자신의 아내인 캐런과 아들 빌리를 살해 후 자살했다는 소식에 20년 만에 에런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 작품이다.
연방경찰인 그는 휴가를 쓰고 고향에 돌아와 개인 자격으로 루크의 사건을 조사하러 여기저기 다닌다.
그 과정에서 과거 4인방 중 한 명이었던 엘리의 죽음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곤혹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크의 사건을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점점 여러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하나씩 의혹을 풀어나가던 그는 드디어 루크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는다.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다.
마을을 떠나려던 그는 과거 엘리가 죽었던 장소에 들렸다가 우연히 그녀의 가방을 바위 틈새에서 발견하고, 누가 그녀를 죽게 했는지 진실을 알게 된다.
영화 <드라이>는 2016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소설은 여러 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100만 부 이상이 팔린 월드 와이드 베스트 셀러다.
그런 까닭에 탄탄한 스토리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는 23일 개봉.
영화 <벨파스트>
제79회 골든글로브 각본상 수상, 2022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 각본상, 베스트 아역상, 베스트 액팅앙상블 수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 <벨파스트>는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69년 8월 15일,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벨파스트에서 기독교인들이 천주교인들을 마을에서 몰아내기 위해 ‘종교전쟁’이 일어난다.
경찰도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자 주민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스스로 지키기 위해 애쓴다.
결국 정부에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동네에 특수부대를 상주 시키고,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린다.
영국에서 건설일을 하는 버디(주드 힐 분)의 아빠(제이미 도넌 분)는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은 물론, 집도 주고, 관리직으로 발령도 내주기로 했다며 가족들에게 영국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나서 온 마을에 모르는 사람도 없고, 다른 가족들도 다 여기 있는데 영국에 가서 이방인 취급받으며 살기 싫다며 그의 아내(케이트리오나 발퍼 분)는 반대한다.
하지만, 버디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마을에선 또다시 폭동이 일어나자 결국 버디의 가족은 모두 영국으로 가면서 끝난다.
이 영화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종교전쟁이 일어나자,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시작할 때 컬러로 북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 후, 곧바로 흑백으로 전환되며 이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영화 내내 흑백은 아니고, 버디가 할머니(주디 덴치 분)랑 연극을 보거나 가족들과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 연극과 영화는 컬러로 표현된다.
이는 영화나 연극은 버디가 처한 암울한 현실과 다른 세상임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오는 23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