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대구의 작은 상가주택에서 사는 정말임(김영옥 분) 할머니.
다행히 1층 가게에서 나오는 세 덕분에 먹고 사는 건 지장이 없다. 낮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미용실에 가서 손님들과 수다를 떨거나 근처 여고 하교 시간에 맞춰 마르티스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에 나가면 지나가던 학생들이 하나, 둘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이기에 그리 심심하진 않다.
그래도 서울에 사는 아들 가족이 자주 내려오면 좋을 텐데 좀처럼 오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김영민 분)이 내려온다고 전화하자 기쁜 마음에 혼자 불고기도 만들고, 계단 청소도 하면서 준비한다.
그런데 참 일이 안 풀리려니 종욱의 차가 갑자기 고장 나서 몇 시간이나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임은 계단을 내려오다 굴러서 팔이 부러진다.
밤늦게 본가에 도착한 종욱은 어머니가 보이지 않자 또 어디 마실 갔나 싶어 그냥 청소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동네 사람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와 어머니가 지금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뒤늦게 병원에 가니 팔을 다쳤다는 어머니가 섬광 증세까지 보인다. 이에 종욱은 수술을 하기로 결심하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는지 묻는다.
이에 말임은 종욱에게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딸 말고 아들은 하나 있어야 한다며 아이를 한 명 더 낳으라고 압박한다.
그러더니 말임은 대뜸 어차피 의사들은 돈 버는데 혈안 된 사람들이라며, 수술할 필요 없다며 막무가내로 집으로 온다.
한쪽 팔도 다쳤지, 가끔 헛것도 보이는데 그런 어머니를 혼자 두고 가기에 마음이 불편한 아들 내외는 집에 홈 CCTV도 설치하고, 요양보호사도 붙여둔다.
하지만, 말임은 전기세 아깝다며 CCTV는 꺼두고, 우연히 요양보호사 급여를 알고는 돈 아까워 아들에게 요양보호사가 자기 통장을 훔쳐 갔다며 자르라고 말한다.
이에 아들이 다시 집으로 내려와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병원을 같이 둘러본다. 말임은 아들에게 네가 가라고 하면 가겠다고 하면서도 요양병원에 가는 걸 썩 내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들네 집에 가서 사는 것도 싫다고 하자 결국 아들 내외는 요양보험 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 인건비라도 줄여 보려고 한다.
이에 종욱은 말임에게 건보공단 직원(이정은 분)이 조사차 집에 오면 아무것도 못 한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라고 철저히 교육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어본 건보공단 직원이 말임이 ‘연기’하는 걸 눈치채고 슬쩍 덫을 놓자 말임은 자기는 멀쩡하다고 실토한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85세의 독거노인 정말임을 통해 과연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비록 지방에 혼자 살고 있으나 나름 ‘건물주’인 까닭에 자식들에게 손 안 벌려도 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말임은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수다나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낙으로 살아간다.
아들 입장에선 노령의 어머니가 혼자 지내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나 싶어 자기가 모시고 살까 싶지만,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고, 현관문 열려면 숫자도 눌러야 하는 게 싫은 말임은 그냥 대구에서 혼자 사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사실 노인 입장에서는 아파트에서 종일 TV나 보고,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운동량이 부족해 힘도 빠지고, 외부의 다양한 자극이 없어 치매가 더 빨리 진행되기에 조금은 불편해도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자기 집에서 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과연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 아픈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집까지 팔아가며 밤에는 엄마 병실에서 자고, 낮엔 병원비를 벌기 위해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미선(박정연 분)은 처음엔 돈 많고, 기억력 안 좋은 말임의 등을 치려 하지만 마지막에 말임과 화해하고 모녀 사이처럼 가까워진다.
자칫 요양보호사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으나, 마지막에 서로를 이해하고 단순히 요양보호사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를 뛰어넘어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여줘 따뜻한 감성 드라마로 결말을 지었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현역에서 활동 중인 최고령 여배우 김영옥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또래의 여성 역할을 맡아 매우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모두 연기가 아닌 실제에 가깝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진한 여운이 남는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