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현실 잘 보여줘
영화 <복지식당>은 장애등급제와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공동연출한 정재익 감독은 음성 꽃동네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중도장애인이 된 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된 그가 겪은 일을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래서 매우 사실적이다.
다만, 같이 메가폰을 잡은 서태수 감독이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 손봤다. 이와 더불어 장애계 속살을 좀 더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된 강재기(조민상 분). 그는 한쪽 팔과 양쪽 다리가 마비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게다가 부모님도 이미 세상을 떠난 후라 그는 사촌 누나 강은주(한태경 분)의 도움을 받는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고봉수(송민혁 분)는 혼자 걷기도 하고,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자유롭게 통화도 한다. 그런 그가 선배 고병호(임호준 분)의 도움으로 장애 2급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정작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재기는 혼자 두 발짝 걷고, 남이 억지로 팔을 들어 올리니 아프단 소리 없이 팔을 올렸다는 이유로 5급 판정을 받는다.(참고로 지금은 장애등급제가 개편돼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기존 1~3급)과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기존 4~6급)으로 나뉜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가 해당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이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장애가 심하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제공되는 까닭에 재기는 ‘경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콜택시(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를 탈 수도 없고, 보장구 지원도 받지 못한다.
취업을 하려고 해도 어떤 회사에선 복지카드에는 경증(5급)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 중증이라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고 거절하고, 또 다른 회사에선 지원금을 타려면 중증장애인을 채용해야 하는데 외적인 부분과 달리 서류상으로 경증으로 되어 있어 채용이 힘들다고 거절한다.
누가 봐도 중증장애인이지만 서류상으로는 경증장애인이어서 그는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누리지 못해 등급 재판정을 신청해 볼까 하는데, 한 번 판정받은 등급을 바꾸는 게 힘들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막막해한다.
그때 함께 병실을 쓰던 봉수의 아는 형 병호가 그를 도와주겠다며 나선다.
병호는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제도의 허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아는 변호사 통해서 등급 재판정을 받도록 해 주겠다고 말하니 재기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그런 그에게 병호는 점점 이것저것 요구한다. 그는 재기에게 매번 밥과 술을 얻어먹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돈도 갈취하고, 얼마 전 일하던 식당을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는다는 은주에게 자기 활동보조 지원사로 일하게 해 주겠다며 몹쓸 짓까지 한다.
5년 전 사별한 은주는 고모(병호의 엄마)가 죽은 후, 고모가 살던 집에 사는 처지라 재기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병호가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연락해 오늘 재기가 취업도 하고, 장애등급도 제대로 판정받을 거라고 말하자 어쩔 수 없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병호의 활동보조 지원사로 일한다.
흔히 장애인 가족은 늘 기죽어 살아간다. 나 때문에 가족인 장애인이 안 좋은 일을 겪을까 싶어 약자의 삶을 산다.
실제로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경우, 자신이 현직 판사임에도 불구하고 딸이 장애인인 까닭에 행여 자기 딸이 학교에서 교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싶어 늘 교사 앞에서 죄인처럼 지내다가 장애인 부모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야겠다 싶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은주의 태도가 충분히 이해된다.
장애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다룬 영화 <복지식당>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