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의 평범한 사랑이야기
테츠오(타카하시 잇세이 분)는 조각을 전공한 평범한 미술 학도였다. 그는 선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얘기해주지 않고 소개해 준 회사에 취직해, ‘러브돌'(사람 모양의 자위기구)을 만드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지게 된다.
입사 이유는 단순히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와 흡사한 러브돌을 만들기 위해 직장 사수와 함께 의료용으로 제작 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미술 모델을 섭외한다.
모델로 온 소노코(아오이 유우 분)에게 첫눈에 반한 테츠오는 고백을 하고 사귀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지만, 테츠오는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못하고, 결국 결혼 후에도 직업을 속인 채 생활하게 된다.
결혼은 했지만 서툴렀던 그들은 사랑했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긋나기 시작한다. 쌓여만 가던 그들은 각자 가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털어놓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영화 <로망스 돌>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제목에서 암시하듯 러브돌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한다. 테츠오의 직업이 러브돌 제작이기 때문이다.
제목과 직업으로 유추해, 야한 성인영화라고 생각해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할 것이다. 내용은 직업만 특이한 한 사람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직업으로 인한 평범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그 생활 속에서 방황하기도 고뇌하기도 하는 평범한 인생을 이야기한다.
테츠오는 하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은 아니지만 일하면서 그 일에 빠져들게 되고, 실제와 같은 러브돌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소노코에게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처음 만남에서 시작된 거짓말을 선뜻 고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료용 제품을 만든다는 거짓말을 고백하면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보는 소노코의 마음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결국 결혼하고도 그 비밀을 유지한다.
직장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테츠오의 조수로 들어온 사람이 스파이로 경쟁회사에 연구 자료를 넘겨 그동안 고생하며 노력했던 일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이런 어려운 일이 있어도 부인인 소노코에게 말하지 못한다. 진정한 가족과의 소통의 부재로 오히려 소노코에게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부재가 두 사람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함께 생활하고 같은 곳을 보고 걸어가는 부부가 때로는 남보다 더 못한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상대방이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힘이 되어주지 못할 때, 자신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상대방에게 털어놓지 못할 때 복잡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자신의 고민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혼자 떠 안고 이겨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상대방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는 상황이 된다.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지키려고 했던 것들이 결국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마지막까지 몰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진실을 말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의 소재나 결론 등이 정서적으로 안 맞는 부분들이 있지만,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고 의미가 있다.
그래도 러브돌 제작이라는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이었어도 충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결론 부분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상관없이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말하는 평범한 직장인(직업은 평범하지 않지만)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인 영화 <로망스 돌>은 지난 1일 개봉했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