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영화인, 한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 소녀가 어딘가에 갇혀 “엄마 문 열어주세요”라며 울부짖는 꿈에서 아만다(산드라 오 분)가 깨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16년 후, 모든 전기제품을 멀리하면서 딸 크리스(피벨 스튜어트 분)와 양봉업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지내고 있는 그녀는 천둥, 번개가 심하던 어느 날 밤 잠에서 깨 죽은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만다의 울음 소리에 크리스가 방으로 와 엄마를 위로한다. 다음 날 오전, 아만다의 외삼촌이 찾아오자 “내가 전기 근처에 있으면 안 된다”며 아만다는 얼른 차 시동도 끄고 핸드폰도 끄라며 예민하게 군다.
한국에서 온 외삼촌은 몇 달 전 아만다의 엄마가 죽었다며 한국이름도 버리고, 핸드폰도 없고, 이사까지 가서 겨우 찾았다며 엄마의 유골이 든 가방을 건네며 “엄마의 한이 독이 되어 퍼질 것”이란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날부터 아만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때마다 죽은 엄마의 환상을 보게 된다.
영화 <UMMA: 엄마>는 미국에서 만든 한(恨)에 관한 영화다. 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이고, 한복과 탈, 제사, 때수건 등 한국적인 요소가 등장해 한국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국에서 온 아만다의 외삼촌이 한국어를 교포처럼 말하는 게 옥에 티이긴 하지만, 한국적 정서를 잘 녹여낸 점은 높이 살만 하다.
특히 이민자가 겪는 어려움과 어린 시절 엄마에게 전기고문과 감금을 당해 원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등은 생각해 볼 화두를 던진다.
TV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드라 오가 주연을 맡고, 아이리스 심 감독이 연출한 영화 <UMMA: 엄마>는 이달 1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