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과 감동 통해 형법의 문제점 지적
영화 <이공삼칠>은 우리나라 형법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지난 26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이공삼칠>의 내용은 이렇다.
입원한 아버지와 청각장애인인 엄마(김지영 분)를 보살피기 위해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윤영(홍예지 분).
윤영의 엄마 경숙이 일하는 봉제공장 사장은 예쁜 윤영에게 흑심을 품는다. 그는 경숙에게 윤영이가 애도 아니고, 자기랑 결혼시키면 밤에 즐겁게 해 주겠다며 대놓고 성희롱한다.
사장의 입술 모양을 읽은 경숙은 열이 뻗쳐서 사장의 따귀를 후려친다.
당연히 못 알아들을 줄 알고 대놓고 희롱했는데, 알아들은 것 같자 사장은 이거 괜히 망신이나 당하고, 창피하게 된 마당에 그냥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그는 어두운 밤,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윤영을 숲속으로 끌고 가 겁탈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윤영이 오지 않자, 경숙이 윤영을 찾아다닌다. 사장은 윤영에게 가만히 있지 않으면 경숙을 죽이겠다느니, 강간하겠다느니 하며 윤영을 협박한다.
엄마를 끔찍이 아끼는 윤영은 엄마만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돌로 사장을 쳐 죽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일단 윤영이 미성년자가 아니어서 꼼짝없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처지다. 그리고 가해자가 죽어서 성폭행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평소 아는 사이였기에 합의된 성관계였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설령 성폭행이 맞다고 하더라도 정당방위를 주장하기엔 과한 대응이었기에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극 중 검사는 칼 들고 설치는 가해자에게 총을 쏘면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칼로 나를 죽이려고 할 때, 아이들 장난감 비눗방울 총을 쏴야 정당방위가 성립한다는 말인데 그걸로 방위(防圍)가 될까? 적어도 나를 보호하려면, 닥치는 대로 망치든, 엽총이든 들고 맞서야 하지 않을까?
주위 사람들이 윤영에게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알려 여론재판으로 몰아가자고 하지만, 윤영은 그랬다간 자기가 성폭행당한 여자라는 것과 살인범이라는 것까지 대중에게 알려질 텐데 그러면 평생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아야 할 것이라며 그냥 모든 죄를 인정할 테니 공론화되지 않게 해 달라고 말한다.
이에 윤영은 강간당했다는 사실은 증거가 불충분하고, 살인죄만 인정돼 5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된다. 신고식도 거부한 채 제발 가만히 두라던 윤영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부딪혔다는 이유로 분노조절 장애로 폭행 전과가 있는 사랑(윤미경 분)에게 죽도록 얻어터진다.
그렇게 신고식 아닌 신고식을 치른 윤영은, 수감 된 후에도 오직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돼 작업비 많이 주는 노역에 자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열이 펄펄 끓어 의무실에 갔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의 입증이 불가능한 까닭에 합법적으로 낙태 수술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같이 10호실에 수감 된 수감자들이 윤영의 몸조리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윤영 또래의 막내딸을 둔 교도소장(정인기 분) 역시 윤영이 이렇게 된 게 어른들의 잘못 때문인 것 같아 아빠의 마음으로 윤영을 최대한 배려한다.
영화 <이공삼칠>은 수인번호 ‘2037’ 정윤영을 통해 정당방위의 범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자기를 강간하고, 자기 엄마에게도 똑같은 짓을 저지르려는 가해자의 머리를 돌로 내리찍은 윤영에게 사법부는 살인자라며, 5년형을 선고(宣告)한다.
물론 범죄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 그러나 정당방위의 범위를 소극적으로 설정한다면, 거꾸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모홍진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처럼 우리가 원치 않았는데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10호실에 갇힌 수감자들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뺑소니로 아들을 잃고 가해자 집에 불을 지러 가해자 가족 5명을 죽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전직 국어교사 순재(김미화 분), 지방 4년제 대학을 나온 독서광이자 사기죄로 수감 된 모범수 해수(신은정 분), 무식함의 끝판왕인 전직 포주 라라(황석정 분), 간통죄 폐지 1달 전 간통죄로 잡혀 들어온 장미(전소민 분), 부모에게 버림받고 늘 분노를 품고 사는 폭력전과범 사랑까지.
이들은 때론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수감자들처럼 코믹함을, 때론 <하모니>의 수감자들처럼 감동을 선사한다.
윤영의 엄마 역을 맡은 김지영은 기자간담회에서 ‘10번방’ 수감자들의 케미가 너무 좋아 “감옥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당시 촬영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영화라지만 모든 수감자나 교도관이 윤영을 사랑으로 보듬어 주기만 하면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설정’이기에 박나은 교도관이나 사랑의 경우, 영은에게 까칠하게 대해 좀 더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감동과 코믹함으로, 우리 형법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영화 <이공삼칠>은 내달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