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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과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까?

다큐멘터리 영화 군다 스틸컷

다큐멘터리 영화 <군다>는 ‘군다’라는 이름의 암퇘지가 주인공으로,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다큐멘터리 거장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의 작품으로 잔잔한 영상은 뛰어난 영상미를 더해 잔인한 현실을 더 극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영화는 천천히 흘러간다. 항상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다소 느린 영상은 처음에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흘러가는 그 시간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며 혹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간이라는 확실한 해답을 준다.

흑백의 화면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색채의 배제라는 단순해 보이는 작업은 오히려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생생한 사실을 전달한다.

내레이션이 없는 화면 또한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동물이 움직이는, 풀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 등 요즘 듣기 힘든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한꺼번에 들려오며, 흡사 햇살이 내리쬐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돼지 군다는 가축이라는 울타리에서 생활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같이 출연하는 닭과 소도 마찬가지다.

평온한 일상에서 인간과의 공존을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그들도 평화로울 수 있는 모습은 마지막에 그 균형을 깨며 무엇이 과연 평화이며, 무엇이 공존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그들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맞닿아 있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태어나 얼마 안 된 새끼 돼지들이 어미의 젓을 찾으려는 행동은 생존 본능을 넘어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경쟁 사회로 내몰리는 현실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모자라거나 불편하면 도태된다. 성장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은 계속된다.

닭장에서 나오는 닭의 모습을 담은 순간이 있다. 여러 마리의 닭이 닭장에 있지만 문이 열러 있어도 나오기가 조심스럽다. 닭장을 나와서도 그들은 바로 자연을 만끽하지 못한다.

경계하며 두리번거리기를 수차례 한 후 서서히 주변을 탐색한다. 그 와중에도 아직 닭장에서 나오지 않은 닭이 있다.

세상과 분리된 사회에서 살다가 주어진 갑작스러운 자유는 이미 무엇을 누려야 할지 모르는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다리가 하나뿐인 닭이 나오는데 그 닭의 힘겨운 걸음을 보며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 풀을 뜯으며 여유로운 모습 등, 소의 일상을 담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우리의 시각을 자극하는 것은 끊임없이 달려드는 파리에 있다.

영화는 이렇듯 사실과 관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듣고 싶었던 것들이 아니라 그 이면의 보다 사실적이며 적나라한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낄지는 관객의 몫이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감동은 분명히 느낄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군다>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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