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행복한 부부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작은새와 돼지씨>는 황혼의 부부가 전시회를 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부인과 시를 쓰는 남편은 서로를 ‘작은새’와 ‘돼지씨’로 부른다.
‘작은새’ 김춘나 씨는 취미 부자로 서예, 그림 모두 수준급이다. 서예를 시작한 계기는 슈퍼를 하면서부터인데, 사람을 대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예술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으나, 감독인 딸이 과거의 꿈을 묻는 질문에서 회사원이라고 답하는 전형적인 한국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다를 많이 떤다는 구박과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자신이 소심한 성격이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춘나씨. 소심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예술작품을 대한다.
시를 쓰는 ‘돼지씨’ 김종석 씨는 연애 시절 지금의 부인인 춘나 씨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고, 지금까지 시를 쓰며 자신의 넘치는 끼를 발산한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군부대 문선대와 관광차에서도 스카웃 제안이 들어왔지만, 가족을 위해 오로지 열심히 일하는 것만 생각했다는 돼지씨. 담배 갑에 써 내려간 시는 과거의 순간을 추억하게 하며 그 시절의 낭만을 얘기한다.
부부는 자신들의 그림과 시를 모아 전시회를 하게 되면서 삶에 치여 잊고 있었던 꿈과 열정을 다시 한번 꺼낸다.
스스로를 아마추어라 칭하는 김춘나 씨는 어설프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남편 김종석 씨는 시를 낭독하며 전시회를 마감한다.
인생을 즐기기 위해 예술을 한다는 부부는 인생의 성공은 부와 명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행복이란, 조금씩 성장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그런 일상일 것이다.
잠깐 언급되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면 직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부부사이에서 여성의 지위, 새벽에 일어나 새벽에 퇴근하는 아버지의 모습, 생계수단인 수퍼를 결국 그만두게 된 집주인의 횡포, 경비원으로 사는 삶의 애환 등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사회적 문제도 다루고 있다.
모두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들로 부조리한 모습에도 인생은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꿈을 꾸며 사랑을 하고 행복을 느끼는 부부의 일상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발톱을 깎아주고 가시를 빼 주는 등 서로 함께하는 일상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며, 행복임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작은새와 돼지씨>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