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도 재미도 떨어져
2년 전 거짓말 못 하는 ‘진실의 주둥이’(사람에게 주둥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으나, 이태리 로마에 있는 ‘진실의 입’과 구분하기 위해 영화 홍보사 카피대로 ‘진실의 주둥이’로 표현한다. 편집자 주)를 갖게 된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다시 돌아온다.
이번 2편에서는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주상숙이, ‘내부 총질’을 이유로 복당(復黨)에 실패한 후 돌아가신 할머니가 살던 강원도 고향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강원도 바닷가에서 해녀 생활을 하던 그가 어느 날,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다. 이 일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주상숙의 인기가 높아지고, 이참에 그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을 하지 않겠다며 대부분의 공사를 보류시킨다.
이 일로 건설업자뿐 아니라, 건설 일용직으로 먹고 사는 도민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주상숙은 고민에 빠진다.
그는 강원도에 ‘르강원’이라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한 건설업자(윤두준 준)를 만나, 28평짜리 ‘도민 아파트’ 동을 따로 지어 기부체납하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한다.
덕분에 그의 인기는 다시 높아지고, 아 이렇게 뭔가를 보여줘야 인기가 높아지는구나 하는 걸 깨달은 주상숙은 그때부터 별로 겉으로 티 안나는 복지예산을 삭감해 전시행정에 예산을 쏟아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르강원’ 건설현장 근처 바닷가에서 물고기 떼가 죽자 주상숙은 이게 공사 때문이 아니라고 도민들이 믿도록 몰래 밤에 바닷가에 쓰레기를 버린 후, 다음 날 바닷가 청소 활동에 나선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해변(海邊)은 더러운지 몰라도, 해저(海底)는 깨끗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는 직접 잠수에 나선다.
그리고 거기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진을 보게 되고, 곧이어 다시 한번 할머니의 소원이 이뤄져 ‘진실의 주둥이’를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바닷속에서 나오지 않는 상숙을 구하러 온 박희철(김무열 분) 비서가 함께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다.
거짓말이라곤 한마디도 못 하게 된 사람이 이번 2편에선 2명이나 되다 보니, 주변인물들의 고통도 2배가 된다.
두 사람은 너무나 솔직한 발언으로 화를 좌초한다. 특히 북한과 함께 강원도에서 체전을 개최하려다 계획이 무산되자 주상숙이 홧김에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막말을 하면서,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닥친다.
이 영화는 알다시피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년 전 코로나19가 막 시작될 무렵 개봉해 153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적지 않은 스코어인데, 당시 코로나19 초기 우울감에 빠진 이들도 많았고 곧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시기라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이번에 다시 한번 속편으로 관객을 찾아올 채비를 갖췄다.
감독과 주연배우(라미란, 김무열, 윤경호)도 그대로고, 여기에 윤두준과 박진주, 서현우가 새로 합류했다.
‘진실의 주둥이’가 2배가 되었으니, 재미도 2배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난 1편은 신선한 소재여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 반면 이번 속편은 이미 한 번 경험한 소재인데다가 남북관계나 건설 비리 등 괜히 이것저것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들려고 섞다 보니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은, 아직 3편은 생각해 보지 않았고 일단 2편의 개봉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번 편에 대한 확신이 적은 까닭으로 풀이된다.
또, 라미란이 만약 다음 편을 제작할 때 자기를 제외하게 되면 제목을 바꾸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너스레를 떤 것도, 물론 가벼운 농담처럼 말한 것이지만 계속 라미란을 안고 가야 하나 생각에 감독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영화 <정직한 후보2>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