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자유가 사라진 미얀마의 실상 잘 보여줘
지난해 2월 미얀마에 군부독재 정권이 들어선 후,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미얀마를 탈출했다.
군인들이 나라를 장악한 이후,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과 군인들은 국민을 죽이는데 가담했다.
이에 미얀마의 영화인들과 시민기자들은 카메라에 이를 담았다. 혹시 몰라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얀마 다이어리>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선보였는데. 제작에 참여한 이들은 외국에서 ‘미얀마 내전’으로 표현하지만 내전이 아니라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빨간 옷을 입었다고 경찰에 머리에 총을 쏴 죽이고, 어린아이가 우리 엄마를 해치지 말라며 울어도 끝내 체포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무단으로 집에 들어가 아이 엄마를 체포하고, 이를 찍는 제작진의 카메라를 강제로 빼앗는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는다. 67세의 한 여성은 경찰들에게 내 아들 같아서 하는 말이라며, 너희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자기는 방탄조끼도 안 입었지만 겁날 것 없다며 배를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저렇게 자극하다가 무슨 일 당하지 싶어 불안하지만, 워낙에 촬영하는 이들이 여럿 있어서 그런지 혹은 자유를 향한 열망이 죽음보다 앞서기 때문인지 몰라도 계속 돌아다니며 경찰에게 훈계한다.
조금 소극적인 이들은 거리로 나가 행진하진 않지만, 집 베란다에서 냄비를 두들기며 경찰의 폭력적인 행위에 항의하기도 한다.
국영주택에 사는 까닭에 파업에 동참하면 집에서 쫓겨날 수 있어 아들을 위해 파업에 동참하지 않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여동생 집에 보낸 후 회사에 전화해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그날 밤, 갑자기 경찰들이 남자의 집에 와 총질을 해대며 순순히 체포에 응하라며 겁을 준다. 아니 계속 총 쏘고, 돌 던지는데 불안해서 나갈 수 있겠느냐며 내일 날 밝으면 다시 오라고 해도 소용없다.
또 다른 한 노인은 체포영장도 없이, 체포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끌려간다. 집요하게 체포 이유를 묻는 노인의 딸에게 경찰은 “나도 모른다”고 말한다.
체포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면 체포하면 안 되는 게 상식인데, 위에서 시키니까 무조건 체포하는 것이다, 법과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아주 약간의 영화적 연출과 CG가 가미돼 전하려는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전한다.
이번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늘(8일)에 이어 11일과 12일에도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