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그들을 살인자로 만들어
중국집에서 달랑 볶음밥 1인분을 주문해 그걸 또 반으로 나눠 나머지 반은 쌀밥과 날계란을 넣고 프라이팬에 볶아 2번에 나눠서 먹는 405호 경찰 고시생 찬우(오동민 분).
그는 통장에 2천원도 채 없어서 친구에게 돈을 꾸려고 전화하고, 지금 고기 먹고 있으니 와서 같이 먹고 가면 바로 돈을 입금해 준다는 말에 마지못해 친구들 모임에 가니, 한 친구가 경찰된 것 축하한다며 술을 건넨다.
이 상황이 뭔지 모르겠지만, 술을 받아 먹다 보니 폭음을 하게 됐고, 일어나 보니 손목이 멍들어 있다. 그리고 누군가 죽은 채 바닥에 엎드려 있다.
깜짝 놀라서 밖으로 나와서 보니 404호다.
그는 급히 자기 집으로 가려다가 다시 404호로 돌아가니 문이 잠겨 버렸다.
그때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는 급히 완강기를 타고 베란다를 통해 404호로 다시 들어간다.
곧이어 갑자기 포교를 위해 누군가 찾아오고, 놀란 그는 아무도 없는 척한다.
문제는 왜 옆집 사람이 죽은 건지 모르겠어서 그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때 어제 함께 술 마신 상호에게서 술버릇 좀 고치라는 문자가 온 것을 보고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해 전화를 건다.
그랬더니 어제 보니 누구 하나 죽이겠더라며 술버릇이 고약하다고 말해준다.
상호의 말에 찬우는 찔려서 전화를 끊는다. 곧이어 대검찰청에서 전화가 걸려 와 김찬우 본인이 맞느냐며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겠느냐고 묻는다.
딱 봐도 보이스 피싱이지만, 캥기는 게 있는 찬우는 긴장한다. 그러다 자기 통장이 범죄에 악용됐다는 말에야 비로소 보이스 피싱임을 눈치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집주인이 보일러 고쳐준다며 집으로 오겠다고 연락이 와 지금 집에 없다며 대충 둘러댄다.
찬우는 천천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혼자 추리해 본다.
혼자만의 꽤 그럴듯한 추리를 마친 후 그는 경찰 지망생답게 나름의 현장 감식을 진행한다.
그러던 중 집주인 아줌마가 404호 세입자에게 전화를 걸고, 찬우는 벨소리에 당황한다.
다행히 위기를 넘긴 찬우는 죽은 남자의 이름이 송기철(이정현 분)이고, 시체 주위에 놓인 트로피에 쓰인 고현민(최희진 분)이라는 사람은 이 집에 사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제 이 집에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404호 여자가 돌아오고, 찬우는 일단 옷장에 숨는다.
현민은 기철의 시신을 발로 툭 차 보더니 한숨을 쉰 후, 바닥에 묻은 피를 닦기 시작한다.
피를 닦아낸 여자는 큰 가방을 꺼내 오고, 찬우는 이 상황을 녹화하다가 들킨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찬우에게 현민은 오빠라고 부르며 찬우를 말린다. 그렇게 얼떨결에 찬우는 공범이 된다.
현민은 자기를 도와주는 대가로 3천만원을 주겠다며 계약금조로 바로 1천만원을 건넨다.
당황한 찬우에게 현민은 로또에 당첨됐는데 기철이 그걸 알고 돈을 뜯어내려고 해 죽였다고 말한다.
시체 유기를 위해 현민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죽은 줄 알았던 기철이 깨어나 찬우를 공격한다.
영화 <옆집 사람>은 404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원래 염지호 감독의 졸업작품이었는데, 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는 걸 생각하다가 아이디어 노트에 ‘자고 나니 시체가 있다’는 한 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영화는 돈 만원은커녕 2천원도 없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서른살의 고시생 찬우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2030세대의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또, ‘옆집 사람’인 고현민은 아직 대학생인데, 어쩌다 보니 많은 돈을 벌게 됐다. 문제는 돈을 번 방법이 그녀의 말대로 로또에 당첨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치솟는 물가와 비싼 등록금 탓에 요즘 대학생들치고 대출이 없는 이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극 중 현민은 컴퓨터에 능통해 상도 받은 전공생이다.
이러한 현민과 찬우의 모습은 전혀 과장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청년세대를 위한 촘촘한 정책이 수립되어 있다면, 더 나아가 전 국민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이들은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현민과 찬우의 범죄는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청년세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 <옆집 사람>은 내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