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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해

영화 패닉 런 스틸컷

1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에이미(나오미 왓츠 분)는 초등학생 딸 에밀리(시에라 몰트비 분)를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집 안으로 들어와 아직 자는 고등학생 아들 노아(콜튼 고보 분)를 깨우러 아들 방으로 간다.

남편이 죽은 후 삐딱해진 아들이 오늘따라 일어나지도 않고, 방에 못 들어오게 농으로 문까지 막아놓은 게 화가 나지만 별다른 말 안 하고, 얼른 일어나 학교 가라고 한마디하고 곧장 조깅하러 나왔다.

조깅 하는 중에 직장에서, 친구에게, 게다가 부모님까지 계속 전화가 걸려 와 집중할 수 없는 에이미는 전화기를 방해금지모드로 바꾼 후 조깅에 집중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더니 곧이어 보안관도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간다.

다시 조깅에 집중하려는데 지역에서 긴급 안내문자가 온다. 바로 아들이 다니는 학교가 봉쇄됐으니 가급적 방문을 자제해 달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여기저기 전화도 해보고, 뉴스도 틀어보니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총격이 발생했단다.

아까는 학교도 안 가고 자고 있었는데, 이놈이 일어나기는 한 건지 아니면 학교에 간 건지 궁금한데 통 연락이 안 된다.

애 친구 엄마 말로는 아까 노아가 차 타고 나가는 걸 봤다는데, 그럼 학교에 간 건가 싶어 학교 근처 단골 카센터 직원에게 전화해 혹시 학교에 아들 차가 있는지 봐 달라고 하니 있단다.

아니 이놈이 반항한다고 학교에 가지나 말지, 왜 또 학교는 갔나 싶어 계속 연락해 보지만 연락이 안 된다.

경찰에 전화해 혹시 우리 아들이 학교에 남아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느냐니까 아직 학교 안에 있는지 탈출했는지는 알 수가 없단다.

일단 경찰이 안내한 탈출학생 집결 장소로 가려고 보니 무려 8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조깅하느라 차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이거 난감하다. 애 친구 엄마한테 혹시 데리러 올 수 있는지 묻자 우리 애가 충격받아서 병원에 가야 한다며 끊는다.

그때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 온다. 담당 형사는 혹시 집에 총이 있냐? 아들이 총이 있는 지하실 문을 열 수 있냐? 아들이 최근에 총알을 구입한 적이 있느냐? 복용 중인 약이 있냐? 질문을 쏟아낸다.

잠깐 이거 가만히 듣다 보니 우리 아들이 범인이라는 얘기 같다.

전화를 끊은 에이미는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다. 5분 후에 도착한다는데 지금 5분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에 그녀는 계속 뛴다. 그런데 이게 뭐지? 택시 도착 시간이 15분으로 늘어났다.

그렇다. 차를 불렀으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계속 뛰니 오히려 차가 나 있는 곳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지금 에이미는 그런 이성적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

택시 기사에게 전화해 보니, 교통통제로 40분 정도 걸린다고 중간지점에서 만나잔다. 이에 에이미는 길도 아닌 곳으로 냅다 뛰기 시작한다.

그때 경찰이 다시 전화를 걸어 아들은 용의자가 아닌 걸로 확인됐단다.

그럼 그렇지, 우리 애가 그런 애가 아닌데, 평소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던 아들이 사고를 쳤나 걱정했는데 아니라니 몸에 힘이 쫙 풀린다.

영화 <패닉 런>은 어느 날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나면서 패닉 상태에 빠진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들의 소식을 들은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달리는 것뿐이다.

스마트폰 하나에 의지해 상황을 파악하고, 내가 가야 하는 곳의 위치를 파악하고, 아들과 연락을 취한다.

마지막에 극적으로 구조된 노아는 사건 1주일 후부터 매일 SNS에 동영상을 올린다.

‘그날’의 생존자 노아가 올리는 영상에 사람들은 응원의 댓글을 올린다. 노아는 댓글을 읽으며 트라우마를 이겨낸다.

노아는 말한다. 학교에 가면서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냐고.

우리도 지금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수학여행 가다가 배가 침몰했는데 대통령이 해군과 해경의 구조를 지연시켜 희생자가 속출하고, 핼러윈 데이에 놀러 갔다가 수많은 인파가 몰려 압사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경찰의 늦장 대응으로 수백 명이 희생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노아의 말을 빌리면, 놀러 가면서 내가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일까?

혹자는 놀다가(혹은 놀러 가다가) 죽은 걸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부족해 희생자가 나왔기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그 책임을 국가에 묻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어떤 경우에라도 이는 지켜져야 한다. 교도소에 있는 범죄자니까 안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니고, 이태원에 놀러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니 국가가 안 지켜줘도 되는 것도 아니고, 세금을 내기는커녕 세금으로 도와줘야 하는 극빈층이라고 죽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그 누구라도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게 국가의 존재 이유다.

두 달 가까이 지났건만 그 누구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패닉 런>은 내달 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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