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제작 지원이 필요한 이유
그냥 먹고 살기 위해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상민(장현성 분)에게 학교로 사채업자가 찾아와 이자율 20% 인상 동의서를 내민다.
복도에 지나다니는 학생들이 신경 쓰여 마지못해 지장을 찍어준다.
밤에 누군가가 집 초인종을 누르고, 출근하면 연구실 문 앞에 누군가가 서성이자 상민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은행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 좋게’ 대출 연장이 가능하다고 하자, “10년 넘게 이자 챙겨 먹으면서 운이 좋다고 하냐?”며 버럭 화를 낸다.
그런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자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제안한다.
이에 상민은 “영화가 장냔이냐?”고 받아치지만, 남자의 제안에 잠을 설친다.
남자와 둘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그의 실체를 알게 되고, 결국 학교로 경찰이 찾아온다.
그리고 얼마 후, 그나마 빚을 갚기 위해 다니던 학교에서 해임된다.
결국 상민은 돈 때문에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한다.
영화 <라스트 필름>은 전수일 감독의 마지막 영화이자, 극 중 박상민 교수의 마지막 영화다.
이 영화는 주연인 장현성의 말처럼 ‘불친절한 영화’다. 오죽하면, 그는 예전에 전수일 감독과 영화를 한 편 찍은 후, 다시는 같이 찍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욕쟁이 할머니 식당 같은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전 감독과 다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영화 속 상민은 영화감독이자 대학교수이지만, 돈 때문에 힘들어한다. 아마도 영화 만든다고 하다가 투자가 원만치 않자, 사채를 쓴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로 제대로 돈을 못 번 까닭에 사채를 갚기 위해 돈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이 대학 강단에서 영화를 가르치고 있으나 그에게 그건 일일 뿐이다.
만약 그가 거대 자본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흥행 신경 안 쓰고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더라면, 사채를 쓰고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억지로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이상한 사람과 엮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26일) 기준으로 올 한 해 동안 1,733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이 중 한국 영화는 761편이고, 이중 독립·예술영화는 145편에 불과하다.
이 145편의 영화가 벌어들인 돈은 94억7,509만7,812원이다. 올해 한국 영화 전체 매출액 5,765억4,193만9,414원 대비 1.6% 수준에 불과하다.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2> 한 편의 매출액이 1,312억9,400만2,978원인 점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사실상 독립영화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제작비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독립영화 제작비 지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라스트 필름>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