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역사를 볼 수 있어
지금이야 HD((가로 세로를 곱한 값이 약 100만 화소)를 넘어 4K(약 800만 화소), 8K(약 3,318만 화소)까지 이어지며, 고화질 TV가 보급되고 있지만 과거 SD화질(약 35만 화소)에서 HD화질로 넘어가던 시절만 하더라도 방송계에선 이제 너무 선명해져서 세트나 분장을 더 정교화해야 하는 까닭에 제작비가 더 많이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
물론 요즘처럼 풀HD(약 200만 화소)나 4K가 대중화된 시대엔 더 이상 그런 말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100여년 전 무성영화 시대부터 지금은 4DX 영화까지 발전했다.
배우의 육성을 들려줄 수도 없던 시절엔, 과연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물을 맞게 될 줄 생각이나 했을까?
영화 <바빌론>은 1926년부터 1952년까지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무성영화 시대엔 배우의 목소리가 좋고, 나쁜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유성영화로 바뀌자 관객들은 배우의 목소리와 발음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차피 소리가 녹음되지 않던 시절엔 촬영할 때 구두소리가 나든, 문소리가 나든 전혀 문제가 안 됐지만, 유성영화에선 작은 소음도 용납되지 않기에 배우고 스태프고 모두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마치 불과 수십 년 전, HD 방송이 본격화되던 시절 드라마 PD들이 세트와 분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바빌론>은 무려 188분에 달하는 장편영화다. 설명이 필요없는 브래드 피트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마고 로비가 주연을 맡았다.
러닝타임이 워낙 길어 이야기를 하나하나 따라가기엔 벅차고,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줄기만 본다면 과거 저랬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아바타: 물의 길> 가은 작품이 극장에 걸리는 시대를 살고 있구나 싶어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만, 극 초반에 난교파티가 등장하는 등 다소 선정적인 까닭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내달 1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