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군주는 어때야 하는가?
영화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를 그린 팩션(팩트에 기반한 픽션) 사극으로 ‘누나들의 심스틸러’ 여진구가 ‘어린 광해’ 역을 맡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충분히 왕 역할을 해도 될 이정재가 대신 군대에 가주는 ‘대립군(代立軍)’ 역할을 맡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광해군 8년(1616년)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그보다 앞서 광해가 아직 왕이 되지 않았던 때를 그리고 있다.
광해의 아버지 선조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조정을 둘로 나누는 이른바 ‘분조(分朝)’를 통해 차남인 광해에게 책임을 떠맡기고 도망간다.
책 밖에 모르는 유약(幼弱)한 광해는 남을 대신해 군에 끌려온 ‘대립군’을 보디가드 삼아 조정을 이끌고 명에 도움을 요청하러 떠난다.
어쩌면 광해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는 ‘대립왕’ 신세라 ‘대립군’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거기다 광해를 수행하는 몇 명의 관료들은 예법이나 따지고, 과연 선조 대신 광해 곁에 있는 것이 훗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지나 계산하느라 바쁘다.
이제 1개월 후면 대립군 신세를 면하는 이정재를 비롯한 대립군 일당도 광해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만 하면 활쏘기 시험 등 간단한 절차를 거쳐 관군(官軍)으로 채용하겠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자의 반, 타의 반 광해를 따른다.
광해 역시 적의 공격으로 자신이 죽을 뻔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보다 귀한 책이 불탔다는 사실에만 격분을 하는 등 광해, 대립군, 관료들 모두 과연 이 전쟁에서 무엇을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메가폰을 잡은 정윤철 감독은 지난 22일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진왜란을 다뤘지만, <명량>과 달리 전쟁 영화는 아니”라며 “어린 세자 시절 성장 드라마에 포커스를 뒀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는 “백성이 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며 “500년 전 이야기이지만,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9년 만에 마지막(영화)이라는 각오로 영화를 찍었는데 시대가 변했다”며 “새 대통령이 광해가 못 이룬 꿈을 이뤄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어린 광해가 사람들과 함께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험난한 산속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데, 이에 대해 이정재는 “9월부터 1월말까지 촬영하면서 수려한 명산과 계곡을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지나고 보니 의미도 있고 뜻 깊다”는 말로 촬영당시 힘들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래서 일까. 이 영화의 사실상 홍일점인 덕이 역을 맡은 이솜은 영화를 본 소감으로 “촬영 당시 느낀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감독의 말처럼 전쟁영화가 아닌 과연 어떤 군주가 진정한 군주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이에 대해 배우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군주의 모습으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김무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함께 하는 것”(이정재), “광해의 모습이 진정한 군주의 모습”(이솜)이라고 평가했다.
또 배수빈은 “광해 같은 리더가 현실에 등장해 얼떨떨하다”고 말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대립군>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흥행예감도 ★★★★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