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만들어
과연 낙태는 범죄일까? 태아도 생명인데, 그 생명을 임의로 죽이는 것은 살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임신과 출산으로 여성의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여성은 자기 건강을 지킬 권리가 없을까?
혹은 아이가 생긴 것 자체가 축복이니 강간당해 임신했더라도 신께 감사하며 아이를 낳아야 할까?
단순히 결론 내리기 힘든 ‘낙태죄’에 대해 우리나라는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려, 2021년 폐죄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1973년 1월 22일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로 낙태죄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와 맞지 않는다며 위헌판결이 났으나, 지난해 6월 24일 연방대법원이 이 판결을 뒤집어 낙태를 하는 것이 죄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낙태를 죄로 보지 않는 반면, 그동안 낙태를 죄로 보지 않던 미국은 죄로 보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두 나라의 상반된 판결은 각기 나름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꼭 단순히 미국이 후퇴했다거나, 우리나라가 진보했다고 평가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영화 <콜 제인>은 1973년 미국에서 낙태죄가 합법화되기 전 비밀리에 낙태를 돕던 ‘제인스’라는 단체의 활동을 그린 작품이다.
1968년 8월, 변호사인 남편을 따라 부부 동반 파티에 참석한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 분)는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시민들을 보고 집에 돌아와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식사를 준비하던 조이는 주방에서 딸과 춤추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다.
그녀는 심근병증 진단을 받는다. 의사는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임신을 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라며, 임신중절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병원 이사회는 산모의 건강보다 아이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며 임신중절 수술을 허가히지 않는다.
결국 조이는 남편 몰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불법 낙태시술소에 가지만, 선뜻 용기가 안 나 도로 나온다.
그리고 그때 임신으로 불안하다면 제인에게 전화하라(CALL JANE)는 전단지를 발견한다.
이튿날,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 마치 스파이가 접선하듯이 모처에서 그웬(운미 모사쿠 분)의 차에 올라타 눈을 가린 채 어딘가로 이동한다.
그녀는 600달러를 건네고 불법으로 낙태 수술을 받는다.
수술 후, 다시 그웬의 안내로 어딘가로 이동해 몇 시간 동안 보살핌을 받은 후, 집에 돌아 와 가족들에게 유산했다고 말한다.
3일 후, 제인스의 리더 버지니아(시고니 위버 분)로부터 그웬에게 사정이 생겼다며, 임산부 1명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마지못해 부탁을 들어준다.
피임도 안 하고 유부남과 성관계하다가 불법 낙태 수술을 받게 된 산드라를 보면서 조이는 과연 이게 맞는 일인지 회의감을 느낀다.
하지만, 조이는 남편에게 (유산으로) 사람들과 교류가 필요해 미술 수업에 다닌다며, 1주일에 3일이나 제인스 활동에 참여한다.
진짜 의사도 아니면서 딘(코리 마이클 스미스 분)이 위험수당 때문에 비싸게 받아, 형편이 안 좋은 임신부들이 수술받지 못하는 걸 보고 조이는 자기가 직접 수술을 하기로 결심한다.
첫 환자로 지난번 자기가 제인스로 데려온 산드라와 마주하자 이 여자 진짜 뭐하는 여잔가 싶어하면서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다.
그렇게 수술을 마치고 방에서 나온 조이는 엄마가 바람피우나 싶어 뒤쫓아 온 딸 샬롯(그레이스 애드워즈 분)과 마주한다.
당황한 딸을 달랜 조이는 이후 본격적으로 수술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형사가 집으로 찾아와 조이에게 ‘제인’이라고 부르며 떠 본다.
이 일로 조이는 남편에게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들킨다.
조이가 한동안 수술을 하지 않자, 버지니아가 찾아와 벌써 100명이나 되는 여성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며 복귀해 달라고 사정한다.
이에 샬롯은 조이에게 다시 수술을 하라고 말한다.
다시 제인스에 나간 조이는 자기뿐 아니라, 다른 회원들도 함께 수술을 하자며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운영자금 모금도 한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 구속되면 변호사인 남편이 변호를 맡아 도움을 준다.
그렇게 1973년 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총 12,000여 명의 여성에게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낙태 수술을 한 후, 해산한다.
이 영화는 서두에 던진 3가지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적어도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극 중 조이는 아이를 지우지 않으면 자기 목숨이 위험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낙태를 감행한다.
또 어떤 이들은 가난해서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데 원치 않게 임신한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어린 나이에 강간당해 임신한 경우도 있다.
물론, 문란한 성생활로 여러 차례 낙태 수술을 받는 여성도 있다.
이들을 보며 어떤 판단을 내리든 그건 관객의 자유다. 하지만, 적어도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해 보면 좋을 듯하다.
영화 <콜 제인>은 세계여성의날인 3월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