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마주하고, 매듭지어야 나아갈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이번에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선보인다.
꿈에서 엄마를 찾아 헤매다가 깨어난 스즈메는 이모가 차려 준 도시락을 챙겨 학교로 가던 길에 잘생긴 남자를 보고 눈을 못 뗀다.
남자는 ‘문’을 찾고 있다며 근처에 폐허가 있는지 묻는다.
길을 알려주고 다시 제 갈 길을 가던 스즈메는 계속 남자가 떠올라 발걸음을 돌려 폐허로 향한다.
남자를 찾다가 개울에 덩그러니 있는 문을 열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곳으로 들어갔던 스즈메는 간신히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나온다.
학교에 온 스즈메 눈엔 분명히 산에 불이 난 게 보이는데, 친구들 눈엔 안 보인단다.
일단 내 눈엔 보이니 황급히 아까 갔던 개울로 가고, 그곳에서 아까 만난 남자가 문을 닫으려고 사투 중인 걸 목격한다.
문밖으로 나온 새빨간 연기가 마을로 퍼지자 곧이어 지진이 발생한다. 이에 스즈메는 남자를 도와 문을 닫는다.
남자는 일본 열도 아래에 땅을 뒤흔드는 힘인 ‘미미즈’를 ‘요석’으로 막지 못하면 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자의 치료를 위해 스즈메의 집으로 오고 잠시 후, 고양이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와 먹을 걸 주니 남자를 의자로 변신시킨 후 도망친다.
이에 스즈메와 의자가 된 소타가 고양이를 잡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소타는 스즈메와 대화를 나누다가 고양이가 ‘요석’이고, 아까 처음 스즈메가 개울에 갔을 때 요석을 풀어준 까닭에 소타에게 저주를 걸고 도망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뒤쫓다가 배에 올라타고, 항구에 도착해 도중에 다른 배를 타고 도망친 고양이를 어떻게 찾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SNS에서 여러 사람이 도망친 고양이 사진을 올린 걸 보고 추적에 나선다.
고양이를 찾던 중 스즈메는 또다시 미미즈가 튀어나온 걸 보고 급히 그곳으로 향한다.
소타의 도움으로 스즈메가 ‘뒷문’을 닫자 다행히 지진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고양이가 그들 앞에 나타나 “뒷문은 또 열릴 것”이라고 말한 후 떠난다.
스즈메는 고양이를 뒤쫓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고, 며칠 째 집에 들어가지 않자 이모가 스즈메를 찾아 나선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계관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즈메는 문 뒤의 세상으로 들어가 12년 어린 자신과 마주한다.
당시 지진으로 엄마를 잃은 어린 스즈메는 엄마가 죽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부정한다.
이에 현재를 사는 고등학생 스즈메는 어린 자신에게 희망을 준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꾸던 꿈이 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날씨의 아이>를 본 감독이 사람이 아닌 장소를 애도하는, 이상한 모험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버무릴까 고민하다가 만든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또 이상한 물건의 모습으로 변한 소타를 통해 자유가 없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마주해야 하는 것은 마주하고, 확실히 매듭지어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를 관객들에게 말하기 위해 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일본군 성노예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 이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는 게 놀랍다.
<너의 이름은.>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내달 8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