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진한 우정 그려
한 갤러리에서 개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하은’이라는 작가를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하은과 같은 아이디를 쓰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안미소(김다미 분)에게 연락해 혹시 블로그 주인인 고하은(전소니 분)의 연락처를 아는지 묻는다.
블로그 글 내용으로는 둘이 꽤 친했던 것 같은데, 미소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집에 돌아온 미소는 하은의 블로그를 보면서 2001년 봄, 둘의 첫 만남을 회상한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전학을 온 미소는 금세 하은과 친해져 하은의 집에서 같이 목욕도 하는 사이가 된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둘은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모범생인 하은이 야간자율학습 빠지고 놀러 가자는 미소의 문자에 연기까지 해가며 조퇴할 정도로 말이다.
미소가 앞으로 10년 동안 열정적으로 살다가 27살에 죽고 싶다고 말하자, 하은은 자기보다 먼저 죽으면 죽이겠다며 울먹인다.
그 정도로 가까운 둘이기에 하은이 짝사랑하는 남자(변우석 분)가 생기자, 미소가 하은 몰래 그 남자를 만나서 협박(?)해 둘 사이를 이어준다.
하지만 어느 날, 미소가 좋아하는 남자를 따라 다시 서울로 가면서 둘은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된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식을 전한다.
대학생이 된 하은과 달리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하는 미소는 자기도 잘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바이칼 호수를 보러 여행 갈 것이라고 거짓말한다.
그렇게 5년이 흐른 어느 날, 미소가 다시 제주도로 와 미소를 만나고, 둘은 부산에 놀러 간다.
싸구려 모텔에서 자려는 미소를 보며 하은은 비싼 호텔로 끌고 간다.
방값을 하은이 냈으니 밥은 미소가 사겠다고 호텔 레스토랑에 갔는데, 가격이 여간 비싼 게 아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미소는 다른 곳에 가자고 하지만, 하은은 자기가 보탤 테니 그냥 먹자고 한다.
이에 미소는 옆 테이블에 잘 차려입은 중년 남성들에게 다가가 바텐더로 일하던 실력을 발휘해 멋지게 칵테일을 만들어 준 후, 12만원짜리 와인 한 병을 얻어 온다.
이런 미소의 모습이 낯선 하은은 미소에게 지금 뭐하는 거냐며 한소리하고, 미소는 그 길로 하은을 떠난다.
영화 <소울메이트>는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애 엄마가 될 때까지 이어진 하은과 미소 두 여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에 대해 민용근 감독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자란 환경도 다르고, 성별도 달라서 처음엔 연출을 고사했다며, 연출을 맡은 후에 주위의 많은 여성을 인터뷰하면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극 중 미소 역을 맡은 김다미는 전소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안했고, 촬영 전에 만나서 친해진 까닭에 촬영할 때 마음이 잘 통했다고 말했고, 전소니 역시 촬영 전 김다미와 추억을 많이 쌓아서 촬영할 때 김다미를 많이 의지하며 촬영을 잘 마쳤다고 말했다.
이에 촬영장에서 두 사람을 지켜 본 변우석은 “둘을 보면서 소울메이트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극 중에서뿐 아니라, 실제로도 두 여자(김다미, 전소니)의 우정이 빛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처음 시작부터 시작해 영화 중반부까지 대체 왜 미소가 하은의 연락처도 모르고, 그리 친하지도 않다고 했을까 궁금해하면서 보다 보면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든다.
한 남자 때문에 두 사람이 오해하기도 하지만, 또 둘 사이가 금방 좋아지기도 하기에 대체 왜 미소는 갤러리 직원에게 하은을 잘 모르는 것처럼 말했을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마치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송된 어느 드라마를 보면서 여주인공의 남편이 누구일까 찾으려고 했던 것처럼, 미소는 왜 하은을 모른 척했을까,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하면서 거기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미소가 하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자기를 희생할 정도로 둘 사이의 우정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김다미는 “촬영 후에도 하은을 떠올리면 아련해졌다”고 말했고, 전소니 역시 (하은과 만나지 않고 혼자 찍는 장면에서) “어디선가 미소가 날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두 여자의 진한 우정을 그린 영화 <소울메이트>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