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때문에 쓸데없이 겁먹게 돼
3년 전 상처(喪妻) 후,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과 떨어져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기장 토렌스(제라드 버틀러 분)는 새해를 앞두고 오랜만에 딸을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승객이 불과 14명밖에 안 되자, 항공사 측에선 연료를 아끼기 위해 악천후를 뚫고 가야하는 경로로 운행할 것을 지시한다.
그렇게 15년 전 살인을 저지른 범인과 그를 이송 중인 요원까지 태운 비행기는 이륙한다.
비행 중 악천후 때문에, 관제소에 고도 상승을 요청하지만, 수신감도가 안 좋아 관제소의 응답이 늦어져 승객들이 일부 다친다.
이에 승객들을 살피기 위해 토렌스는 통로에 나가보고, 그 사이 통신과 전력이 다운된다.
제대로 조종도 안 되는 상황에서 4만 피트 상공에서 비행기가 급하강하고, 살인범을 이송 중이던 요원이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우려고 일어나고, 그를 제지하기 위해 승무원 이사벨라가 일어나다가 결국 둘 다 사망한다.
그런 상황에서 비행기는 3분 후, 바다에 비상착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바다 위 비상착륙을 준비하던 중, 다행히 바다 옆에 정글이 보이자 토렌스는 그곳에 비상착륙한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살인범을 이송하던 요원이 죽은 상황에서, 살인범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대체 여기서 어떻게 탈출해야 눈앞이 캄캄한데, 사실 이곳은 필리핀 반군 점령지라 평탄하게 탈출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토렌스는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정글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후, (전직 군인이자 살인자가 내 편이면, 오히려 든든하지 싶어) 살인범 가스파레(마이크 콜터 분)와 함께 길을 떠난다.
그렇게 같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가스파레가 사라지고, 토렌스는 일단 혼자 갈 길을 가다가 총격으로 폐허가 된 한 건물에 도착한다.
고장 난 전화기를 겨우 고쳐서 회사에 전화하니, 하루 종일 장난전화를 받았다며 끊는다.
이에 딸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던 중 누군가 습격을 해온다. 격투 끝에 괴한을 무찌르니 아까 사라졌던 가스파레가 무기를 가져와 그를 구출한다.
건물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외국인들을 인질로 잡고 돈을 요구한 후 죽였다는 걸 알고 급히 승객들에게 가보니 이미 반군이 쳐들어와 승객들을 어디론가 끌고 가는 걸 보게 된다.
이에 토렌스와 가스파레는 반군이 승객들을 데려간 후, 귀중품을 챙기던 두 놈을 협박해 승객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아낸다.
두 사람은 승객들을 구하러 찾아 나서고, 그곳에서 항공사가 보낸 용병과 합류한다.
영화 <플레인>은 항공재난 영화다. 하지만, 다른 항공재난 영화가 대부분 공중납치나 전염병 때문에, 하늘 위에서 상황이 전개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착륙한 이후에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어렵사리 비상착륙은 했으나, 일단 이곳이 어딘지 조차 알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에 경찰 없이 살인범과 함께하게 됐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기장을 제외한 승무원이나 승객들은 살인범의 죄명은 알지 못한 채, 수갑 찬 미스터리 한 범죄자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기장이 같이 정글 안으로 가자며 수갑을 풀어주자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그가 어떤 종류의 범죄자인지 알 수 없기도 하거니와 그의 피부색이 검은색이기 때문에, 선입견이 작용한 까닭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항공재난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과연 이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에 성공할까 조마조마하면서 보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착륙 후 이들이 과연 무사히 이 섬을 벗어날 것인가 조마조마하면서 보게 된다.
이 영화는 ‘살인범’ ‘흑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관객들이 공포를 느끼게 하지만, 마지막엔 그것이 다 기우(杞憂)였음을 깨닫게 한다.
영화 <플레인>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