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1952년 1월 10일, 미국 뉴저지. 부모를 따라 극장에 처음 간 꼬마 새미(원래 이름은 사무엘 파벨만)는 기차끼리 충돌하는 장면이 충격이었는지 집에 와서도 꿈을 꾼다.
이에 그는 부모에게 하누카(유대교 축제일 중 하나) 때 하고 싶은 게 생각났다며, 장난감 기차를 사서 갖고 논다.
그러다가 영화 속 장면이 생각나서 밤에 혼자 재연해 보이다가 눈앞에서 충돌을 목격하곤 깜짝 놀라 소란을 피운다.
새미의 아빠는 뭣하러 충돌하는 게 보고 싶어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엄마는 애가 상황을 직접 통제하고 싶은가보다 생각해 충돌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안 무서워질 때까지 계속 보자고 새미에게 제안한다.
새미는 이를 계기로 여러 영상을 찍으며 논다. 때론 집의 휴지를 죄다 풀어서 미이라처럼 감기도 하고, 기차랑 이것저것 충돌시키기도 하면서 이를 영상으로 만든다.
세월이 흘러 10대가 된 새미는 여전히 영화를 좋아해 영화로 기능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새미는 극장에서 본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가족, 친구들과 영화를 찍는다. 하지만 가짜처럼 느껴져 만족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상영하니 친구들과 선생님이 좋아해 준다.
이후에 새미는 계속 영화를 만들고, 엔지니어인 아빠는 무슨 취미에 돈을 이렇게 많이 쓰느냐며 차라리 ‘쓸데 있는’ 수학 공부나 하라며 잔소리한다.
어느 날, 새미의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새미의 아빠가 새미에게 (슬픔에 잠긴) 엄마를 위한 영화를 만들어 줄 수 없느냐고 하지만, 새미는 별 관심이 없다.
그때 엄마의 외삼촌이 갑자기 나타나 영화인으로서 새미에게 영화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준다.
한편, 새미는 아빠가 이직하는 바람에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 희생자가 된다.
이를 안 아빠는 나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사 온 것이라며, 자기를 탓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 새미에게 학교 행사를 영상으로 찍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그러기로 한다.
새미는 행사 때 즐겁게 노는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졸업무도회에서 영상을 공개하자 다들 즐거워한다. 평소 새미를 괴롭히던 로건은 왜 나를 멋지게 편집해 줬느냐며, 자기가 (영상에서처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마치 사기꾼이 된 것 같다며 괴로워한다.
1년 후, 부모의 이혼으로 LA에서 아버지와 살며 계속 영화사에 편지를 보내던 새미에게 당대 최고의 감독은 존 포드와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영화 <파벨만스>는 사무엘 파벨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처음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아 이후 영화를 만드는 게 일상이 된 소년은, 우연히 엄마의 외도 장면을 찍게 된다.
이로 인해 가족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영화감독의 꿈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드러나진 않지만, 그 소년이 성장해 영화 <E. T.> <쥬라기 공원> 등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제까지 대부분의 제 영화는 경험에 비추어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제가 가진 기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즉, 이 영화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미술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재연하기 위해 기록과 스필버그의 기억을 토대로 당시를 똑같이 만들어냈다.
또 배우들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 위해 8mm 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동안 영화를 주제로 다룬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전사(前事)를 보여준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제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감독이 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매력인 영화 <파벨만스>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