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언젠가는…
“우리에게 영화는 사치”라고 말하는 아빠 때문에, 5살 이후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극장에 간 사메이.
신앙심 깊은 아빠 때문에 칼리 여신을 소재로 한 종교영화를 관람한 사메이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영화인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에 사메이의 아빠는 브라만들이 그런 천한 직업 갖는 것 봤느냐며 집안 명예 더럽힐 생각 말라며 혼낸다.
사메이는 맨날 집에서 설거지나 하면서 무슨 명예 타령이냐고 덤볐다가 엄마에게 맞는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컸던 탓인지 사메이는 몰래 학교에서 빠져나와 극장에 간다. 그리곤 피곤했는지 기차역 벤치에서 잠이 든다.
당연히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집에 돌아가지 못해 아빠에게 땡땡이 친 걸 들켜 죽도록 얻어 터진다.
하지만, 사메이는 굴하지 않고 또 극장에 간다. 그런데 이번엔 표를 사지 않아 도중에 쫓겨난다.
기분이 다운 돼 엄마가 싸 준 도시락도 먹고 싶지 않아 길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준다.
그 대가로 아저씨는 극장 영사실로 데려가 영화를 보여준다.
사메이는 다음 날, 또 도시락을 챙겨서 극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제처럼 공짜로 영화를 본다.
그리고 또 그 다음 날도, 영사 기사 아저씨가 좋아하는 오크라를 싸서 극장으로 간다.
그렇게 매일 영사실로 출근하면서 사메이는 영사 기사 일을 돕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져 영사 기사에게 묻는다.
아저씨는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사메이가 담임교사에게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아빠가 반대한다고 말하자, 영어를 배우고, 이곳 찰랄라를 떠나 영화를 배우라는 조언이 돌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극장 영사실에서 필름을 교체하기 위해 기존 필름을 다른 도시로 보낸다는 걸 알고 사메이는 친구들과 필름 몇 개를 빼돌린다.
이 일로 다른 극장에선 영화 상영 도중 장면이 끊겨 관객들이 항의하는 일이 속출한다.
게다가 사메이가 매일 영사실에서 공짜 영화 보는 걸 안 극장장 때문에 더 이상 갤럭시극장에 못 가게 된다.
이에 사메이는 친구들과 고철을 주워서 자기들만들의 극장을 만든다.
얼마 후, 갤럭시극장이 디지털 상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보관 중이던 필름을 전부 폐기한다.
뒤늦게 고물상으로 쫓아가 보지만, 영사기는 수저로, 필름은 팔찌로 재탄생하는 걸 목격한다.
영화 <라스트 필름 쇼>는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꿈을 꾼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 최근 선보인 <파벨만스>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파벨만스> 속 소년은 직접 캠코더로 이렇게 저렇게 촬영을 해보며 영화 감독이라는 꿈에 다가가지만, 이 영화 속 소년은 필름 몇 컷을 빼돌려 무성영화를 상영하며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든다.
두 영화 속 소년의 아빠가 영화인이 되는 걸 못 마땅해하는 건 같지만, <파벨만스> 속 주인공의 아빠는 많은 연봉을 받는 IT 엔지니어이고, <라스트 필름 쇼> 속 주인공 아빠는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기차가 들어올 때 역에서 승객들에게 차를 판다.
두 가정의 경제적 상황이 다르니, 주인공이 영화를 향한 열망을 표출하는 것에도 당연히 수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소년이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결말은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꿈을 이루는 것은 경제적 수준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늘도 누군가는 꿈을 꿀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 같은 영화감독이 되겠노라고.
언뜻 무모해 보이는 꿈일지라도, 지금은 저예산 단편영화를 만들 형편도 안 될지라도, 부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꿈을 포기하지 말길.
영화 <라스트 필름 쇼>는 내달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