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유작 될 수 있을까?
지난 28일 오후, 용산 CGV에서 영화 <리바운드>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간담회에는 장항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등이 참석했다.
영화 <리바운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을 그린 영화다.
당시 코치를 맡았던 강양현(현 3X3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소재로 단 6명이 선수로 출전해 교체선수 없이 전국 대회 결승 진출을 이루어낸 감동을 전한다.
기자간담회에서 장항준 감독은 인사말에서부터 “신이 내린 꿀팔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안재홍은 후배들과의 연기한 소간에 대한 질문에 자신을 ‘연장자’로 칭하며 “코치석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데 10년 전 족구를 하던 모습이 겹쳐져 굉장히 묘했다”고 말하며, “우연히 그 때 유니폼도 파란색에 흰색 반바지여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저 친구들의 기분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겠다, 촬영을 하면서 20대때 느꼈던 기분을 떠올리며 누구보다 공감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당시 감정을 전했다.
“후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어려웠던 점이나 의욕만으로 경기를 나섰다가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조금씩 안배를 하면서 (에너지)를 쏟아 부어가자는 말을 많이 나눴다”고 말해 후배들의 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저도 이 친구들의 기운으로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강양현 코치라는 자신이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에 관해서는 “강양현 코치님과 4살 밖에 차이가 안나, 촬영을 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외모적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체중을 늘리고 의상, 헤어스타일, 액세서리까지 신경 썼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외모적 싱크로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코치가 대회를 치뤄 나가는 떨림을 생생하게 담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촬영 시 어려웠던 점은 합이 맞춰지지 않은 장면에서 코치라는 위치에서 “자신도 전술을 지시해야 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진짜가 담겨 영화의 흡입력이 더 커졌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농구 팬이 아닌 관객을 위한 배려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장항준 감독은 “농구라는 스포츠의 룰을 모르는 관객을 위해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과제였다” 고 말하며 당시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방법적으로는 중계진을 활용했다. 실제로 농구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을 섭외했다. 중계진의 현장감 있는 맨트들이 관객들에게 농구라는 상황을 이해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6년 만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소감으로 “제가 원래 영화를 개봉할 때 쫄리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많이 쫄린다”고 입을 연 장 감독은 영화 <리바운드>가 “유작이 될 수 있겠다”며, “영화 감독은 언제 데뷔할지, 몇 작품을 할지 모르고, 언제 내 마지막 작품을 찍을지도 모른다. 무엇으로 작품이 기억될지도 모르는 직업”이라고 영화 감독이란 직업에 대해 설명했다.
“제 나이 또래의 감독 중에 극소수만의 감독으로 살아남았다. 유작은 다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쫄린다”며 “지금은 너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리바운드>의 힘든 제작 과정도 이야기했다. “투자 받기 힘들었고 제작도 한 번 무산됐다. 2012년 말에 처음 기획해 (영화를) 만드는데 10년이 걸렸다. 고비들을 넘고 같이한 동료와 스텝들에게 감사하다”는 감사의 말도 함께 전했다.
이어 장 감독은 “처음 제작 제안은 5년 전에 받았다. 스태프들을 꾸리고 농구 공개 오디션만 500명을 체육관을 잡고 며칠을 했는데 투자 직전에 물거품이 돼 스태프들이 모두 해산됐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다시 기적같이 투자가 돼 극적으로 살아났다. 제작 과정 자체가 리바운드 같은 느낌”이라며 제작 비하인드를 설명했다.
장 감독은 “이야기의 진정성을 타협하지 않고 잘 담아낼 수 있겠다”고 말하며 “대본을 받은 순간부터 연출 콘셉트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이 실화가 제 피를 끓게 만드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한국영화가 침체 시기인데 우리 작품으로 조금 활기를 띄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하며, “배우들도 상업적으로 평가적으로 큰 성공을 해서 싸가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해 자신의 배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인 정진욱 역의 안지호는 신입생으로 들어가 농구를 하는 장면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3점숯이 연습할 때 잘 안 들어 갔는데 실제 촬영 때 들어가 찐 반응이 나왔던 기적 같은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 역의 정진운은 연기와 농구를 다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잘 해냈을 때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자세를 많이 신경 썼다”고 말하며, “규혁이가 영광스러운 순간이 잘 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캐릭터 분석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 역의 이신영은 기적 같은 순간을 “후반부로 가면서 농구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기적 같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정진운은 이신영의 기적은 “본인 입맛에 맞는 국밥집을 찾았을 때”라고 밝혀 찐 웃음을 자아냈다.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 역의 김택은 실제 농구선수 출신으로 휘문고등학교, 중앙대학교에서 농구를 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그런 까닭에 그는 “순규는 농구를 잘 못해야 하는데 농구 하던 습관이 나와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며 촬영 시 어려움을 전했다.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 역의 정건주는 “제 인생도 리바운드였다”며, “5년 전 오디션을 봤는데 무산되고 감독님이 ‘유 퀴즈’에 나오신 것을 보고 연락해 이 자리까지 왔다”며 “그 순간부터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정건주는 농구를 잘하는 캐릭터라서 촬영 두 달 전부터 매일 아침저녁으로 연습하고 농구 일지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내가 연기한 선수가 왜 농구선수가 되고 싶은가, 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가, 왜 이겨야 하는 가라는 질문을 하며 캐릭터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캐스팅에서 “기본적으로 농구 실력이 중요했고, 실제 모델이 되는 선수와 신장이 거의 같은 것이 두 번째 조건이었다”라며, 배우 안재홍은 “강양현 코치와 신장은 같은데 체중이 달라 10kg 증량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화를 누가 봐도 플레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전문가들의 지도와 코칭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 <리바운드>는 내달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 이경헌 기자(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