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자 춤에 빠진 노인, 왜?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와 프로 무용수가 함께하는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된 리즈(도미니크 레이몬드 분).
아들은 툴툴대지만 남편 제르맹(프랑수와 벨레앙 분)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즐겁게 공연 준비에 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부엌에서 쓰러진다. 자식들이 순번을 정해 돌보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다.
이에 제르맹은 오래 전 둘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 하기로 약속했다며, 자기가 아내 대신 무대에 올라도 될지 묻는다.
무용단 대표는 당황스러운 이 상황을 금세 받아들여 그렇게 하라고 한다.
다음날부터 백발노인 제르맹은 몸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당연히 힘들고, 이게 과연 춤이 맞는지 의아하기도 하지만, 주위에서 할 수 있다며 격려한다.
그는 죽은 아내에게 이미 시작했으니 안 할 수도 없고, 그러긴 늦은 것 같다며 자녀들에겐 알리고 싶지 않다는 편지를 쓴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른 후 제르맹은 계속 춤 연습을 이어간다.
대표는 제르맹의 몸짓을 보다가 문득 그와 아내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것도 고작 공연을 겨우 한 달 남겨둔 채.
마르잔(데보라 루쿠메나 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제르맹에게 같이 산책하자느니 하며 관심을 보인다.
제르맹의 이런 사정을 모르는 자녀들은 매일 전화를 해대고, 왜 이렇게 통화가 힘드냐며 걱정과 잔소리를 해댄다.
휴대폰은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집 전화는 코드는 빼놓고, 집에서 춤 연습을 하는데 며느리가 와서 이 광경을 보더니 제르맹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자녀들한테 말하면 못하게 할까봐 제르맹은 걱정한다. 아내와의 작별 중인데 이를 방해할까 봐 말이다.
자녀들 성화에 못 이겨 제르맹은 정신과 진료를 받고, 같이 공연을 준비 중인 사미르(케이시 모텟 클레인 분)의 지원사격 덕분에 의사와 이야기를 잘 마친다.
공연 준비 직전 집에서 사미르와 연습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손녀 루시(리사 하더 분) 때문에 가족들 모두 제르맹이 뭘 하고 다니는지 알게 된다.
결국 자녀들은 엄마와 아빠를 위해 군말 없이 공연을 보러 간다.
영화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죽기 전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75세 노인이 뒤늦게 무용을 시작하는 내용이다.
누구는 뒤늦게 주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생전에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그의 몸짓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프로 무용수가 볼 땐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일 수 있으나, 무용단 대표는 그의 몸짓에서 그의 열정과 진심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녀는 제르맹이 이 나이에 무용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안무로 다시 짜기로 한다.
처음엔 제르맹조차도 과연 내가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자녀들도 제르맹이 춤을 통해 아내와의 약속을 지킴과 동시에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내는 중이라는 걸 이해해 준다.
배우자의 죽음은 전쟁이 났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 강도가 같다고 한다. 하지만 제르맹은 생전 아내의 소원이던 현대무용을 배우면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참 아름다운 영화라 할 수 있다. 지금 내 곁의 누군가를 떠나보내 상실감에 빠진 이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사랑하게 당신에게>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