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지옥으로 돌아온 이들
학교폭력 피해자인 송나미(오우리 분)와 황선우(방효린 분).
죽기로 결심한 나미를 위해 두 사람은 폐업한 한 목욕탕에 모여 어떻게 아프지 않으면서, 무섭지 않게 죽을지 연구한다.
곧 뒤따라 가겠다는 선우의 응원에 힘입어 드디어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선우가 나미의 유서를 읽고 가해자인 박채린(정이주 분)이 서울로 이사 가서 잘 산다는 말에 나미가 놀라고, 얼떨결에 황천길로 갈뻔한다.
아까는 절대로 살려주지 말라더니, 이젠 선우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겨우 살아난 나미는 채린이를 가만두지 못하겠다며 복수하기 전까진 죽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두 사람은 채린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선우는 지체장애인인 쌍둥이 동생의 돈을 훔치고, 나미는 장사도 안되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엄마 가게에서 차비를 훔쳐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채린의 SNS에서 본 사진을 토대로 두 사람은 채린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낸다.
채린이는 둘을 보자마자 보고 싶었다며 두 사람을 끌어안는다. 채린이의 태도에 선우와 나미는 오히려 긴장한다.
유학 준비 중이라면서 어느 허름한 교회에서 지내는 채린에게 나미가 “네 정체를 까발리겠다”고 협박하자, 어차피 여기 사람들도 다 안다며 복수하고 싶으면 하라며 착한 척을 한다.
이에 나미가 기가 막혀 소리를 지르자 밖에 있던 교회 직원 명호(박성호 분)가 들어와서 이건 아니라며, 나미를 무안하게 만든다.
그런 가운데 선우가 아파서 하룻밤을 교회에서 묵게 된 두 사람은 핸드폰을 명호에게 맡겨두고, 얼떨결에 단체생활에 합류한다.
나미가 용기내서 채린이에게 복수하려는 찰나, 채린이가 진심으로 사과하자 나미는 망설인다.
나미와 선우 때문에(?) 채린이는 봉사 점수를 많이 받아 ‘낙원’으로 갈 기회를 얻는다.
이 때문에 혜진이의 아빠가 명호에게 이럴 수 없다며 항의하고, 그 과정에서 교주인 윤 목사가 낙원이 아닌 교도소에 있는 걸 알게 된다.
영화는 학교폭력 문제로 시작해 잘못된 믿음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낙원에 가기 위해 전 재산을 마치고, 강제노역에 시달리지만, 정작 목사는 낙원이 아닌 교도소에 가고, 신도들은 이를 모른 채 여전히 목사를 믿으며 낙원에 가길 소망한다.
급기야 실체도 없는 낙원을 꼭 다시 복원하겠다던 교회 핵심인물은 극단적 선택을 한다.
지옥 같은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와 다시 집에 온 선우와 나미는 다시 학교폭력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하지만, 이미 지옥을 맛본 터라 두려울 게 없다.
그래서 다시 지옥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제목은 “지옥만세”다.
이에 대해 임오정 감독은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옥만세’는 프랑스혁명 당시 왕을 몰아내자며 외친 구호였는데,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구호라 좋았다며, 어쨌든 힘을 내보자는 의미를 담아서 제목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사이다 결말’이 없다는 지적에 임 감독은 현실적인 결말을 그리고 싶었고, 상처받은 피해자가 똑같이 폭력적이라면 선량함을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해 ‘사이다 결말’로 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학교폭력 가해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했다며, 오디션 당시 정이주가 중전마마처럼 우아한 모습을 보여줘 채린 역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문제와 사이비 종교를 다룬 영화 <지옥만세>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