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
제과업체 연구원인 차치호(유해진 분)는 영화 <플랜맨> 속 한정석(정재영 분)처럼 매일 똑같은 시각에 집을 나서고, 점심을 먹고, 퇴근하는 판에 박힌 삶을 산다.
점심 식사는 물론, 퇴근 후에도 과자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과자에 진심이지만, 쳇바퀴 돌 듯 무료(無聊)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부탁으로 사회고발 프로그램에 익명으로 출연해 과자가 건강에 나쁘다는 인터뷰를 한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이름표가 그대로 노출돼 회사에서 징계 논의에 들어간다.
하지만, 차 주임 없이는 안 된다는 사내 여론에 징계 논의가 유야무야(有耶無耶)된다.
한편, 대학생 딸을 둔 싱글맘 일영(김희선 분)은 대출로 생활하다가 빚을 못 갚자, 돈을 빌린 대부업체에 취직한다.
그런 일영 앞에 형(차인표 분)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치호가 나타나고, 인간적인 치호의 모습에 일영이 반해 치호에게 들이대다 두 사람 모두 병원 신세를 지게된다.
병원에서 과자만 먹으면 죽을 수 있다고 하자, 치호는 회사를 관두라는 말로 받아들인다.
그런 치호에게 일영은 자기랑 매일 같이 밥을 먹자며 은근슬쩍 마음을 내비친다.
일영은 딸(정다은 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일 치호와 밥도 먹고, 데이트도 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일영과 치호가 가까워지자, 일영의 딸은 물론, 치호의 형과 회사까지 나서서 둘 사이를 찢어놓으려 한다.
결국 일영은 치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치호는 회사를 그만둔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는 영화 <증인>과 <완득이> 등을 연출한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매번 남자에게 대시 받는 게 익숙하던 김희선이 반대로 유해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특히 ‘모태솔로’인 까닭에 김희선이 보내는 시그널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해진의 순박한 모습은 재미를 배가(倍加)시킨다.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은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어른판 소나기’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에 상대역인 김희선은 본인이 남자배우에게 적극적으로 스킨십 하는 게 처음이라 NG가 많이 났다며, 너무 격정적으로 연기하니 유해진이 당황했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이한 감독은 희노애락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유해진이라고 생각해, (자칫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유해진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정우성, 고아성, 임시완, 염혜란 등 화려한 카메오 군단이 출연하는데, 마침 정우성이 연출한 영화 <보호자>가 같은 날 개봉한다.
이에 대해 이한 감독은 전날 정우성과 연락했다며, 미안함이나 경쟁의식보다 서로 응원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영화는 ‘말맛’ 잘 살리기로 유명한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원작 시나리오를 썼는데, 마냥 웃긴 것보다는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화로 각색했다고.
영화 속 치호와 일영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일영은 철없던 시절 아이를 낳은 후, 지금껏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데, 그녀의 딸은 남자 보는 눈 없는 엄마가 연애하는 걸 대놓고 반대한다.
또, 집과 회사만 오가는 일밖에 모르는 치호는, 도박에 빠진 전과자 이복형을 뒀는데, 여지껏 연애해 본 적이 없는 순진남이다.
두 사람의 결혼하면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봐 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비록 미혼모이고, 전과자 동생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해선 안 될 일은 없다고 말이다.
치호(75)와 일영(10)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