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평행우주에 살게 된 까닭은?
대학교수인 엄마 밑에서 자란 강현은 16상에 시인으로 등단했고, 또래들이 듣지 않는 음악을 듣고, 캐나다에서 태어나서인지 영어 원서도 척척 읽는다.
동준은 그런 강현 형이 너무 멋있어서 잘 따른다.
그러던 어느 날, 강현의 엄마가 자살하고, 강현은 이게 다 아빠가 두 집 살림을 해서라고 생각해 분노를 표출한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20년 가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동준은 가족들에게 치여 고단한 삶을 산다.
그나마 팩트폭행을 일삼는 조카 영지 만이 그를 챙겨준다.
그런 가운데 누나가 엄마보다 1살 많은 나이에 암에 걸리자, 엄마처럼 또 떠나보낼까 봐 동준은 두렵다.
그런 동준에게 제자 주호가 위로를 건넨다.
같은 시기, 서울. 대학에서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동준은 자신이 가르치는 만학도 학생이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다며 데려 온 아이 이름이 ‘영지’라는 걸 알고 친근감을 느낀다.
출판사 대표의 결혼식에 간 그는 술을 진창 마시고, 그날 밤 매형으로부터 누나 동희가 암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는다.
재혼한 아버지와 식사자리에 간 동준에게 아버지는 동희 생일이니 밥이나 먹으라며 돈을 건넨다.
그러면서 예전에 동준이 강현과 계단에서 뽀뽀하다가 걸린 얘기를 꺼낸다.
또 같은 시기 부산.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준은 우연히 TV에서 강현의 소식을 접하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매형으로부터 누나가 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동준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있는 아들을 면회 가, 재판 결과가 잘 나오면 같이 부산에서 살자고 말한다.
이에 동준의 아들은 예전에 할아버지로부터 동준이 실수해서 자기를 낳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다.
영화 <안녕, 내일 또 만나>는 동준의 엄마가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했고, 누나가 암에 걸렸고, 어릴 때 강현이 형과 추억이 있는 건 같지만, 직업이나 상황이 조금씩 다른, 평행우주에 사는 동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준이 이렇게 평행우주에 살게 된 건 어쩌면 그가 강현이 형이 경찰에 잡혀갈 때 말하지 못한 그 아쉬움을 오랫동안 간직해서인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백승빈 감독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가지 세상에 사는 동준의 비중을 동일하게 두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동준 역을 연기한 심희섭은 또 “가족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찍으면서 스스로 감정에 몰입하고 이입할 수 있었고, 이후에 다른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준, 개인적으로 의미 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 <안녕, 내일 또 만나>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