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든 한국적인 영화
창래(저스틴 전 분)는 위암으로 투병 중인 엄마(재키 청 분)를 위해 휴직하고, 엄마네 집에 간다.
섣달그믐 날이라 엄마에게 특별한 걸 해주고 싶어, 평소 엄마가 잘 만들던 갈비를 요리하기로 한다.
그는 엄마가 예전에 알려준 조리법대로 소스를 만들고, 고기를 재운다.
간이 배는 사이에 그는 뜯어진 벽을 보수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던 엄마는 창래의 도움을 거절한 채 힘겹게 화장실에 간다.
창래는 하나님을 믿지도 않는 엄마가 교인들을 집으로 불러 예배를 드리자, 이건 아니다 싶어 엄마에게 한소리 한다.
하지만 엄마는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하고, 직장에 퇴사 의사를 밝힌 창래는 나는 내 일까지 관두고 간병하는데 그걸 몰라주는 엄마에게 투정 부린다.
창래는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던 이들을 보면서, 과거 국가대표 농구선수였던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이민 온 사실을 떠올린다.
새해 전야에 오랜만에 네 식구가 모두 모여 멋있게 차려입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식사를 한다.
하지만, 엄마가 음식을 제대로 못 먹자 창래는 이게 다 자기 요리 실력이 형편 없어서라고 생각해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다.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이민자 출신인 웨인 왕 감독과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창래는 아픈 엄마를 위해 일까지 그만두지만, 그런 자기의 희생을 엄마가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함을 넘어 화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엄마야말로 모든 걸 포기한 채 가족들을 위해 먼 미국이라는 나라로 이민까지 왔다.
심지어 엄마는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던 농구선수였기에 그걸 포기한 채 이민을 선택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창래는 뒤늦게 깨닫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웨인 왕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영화가 부모님 혹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주 전부터 함께하지 못한 걸 속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중국계 미국인인 왕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각색 작업에 함께 참여하는가 하면, 갈비와 잡채 같은 한국음식을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문세의 <옛사랑>을 OST로 사용했다.
그런 까닭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와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제23회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에선 촬영상을 수상했다. 또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2%를 기록했다.
미국영화이지만 철저히 한국적인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