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동물을 위한 게 뭘까?
카산드라(산드라 자말스카 분)와 당나귀 EO는 함께 서커스단에서 공연하는 사이다.
문제는 시민들이 동물을 고문하는 것이라며, 동물 서커스를 반대한다.
행정당국 역시 법 집행을 내세워 서커스단의 동물을 압류한다.
EO는 공익을 위해 설립된 마구간으로 옮겨 지지만, 말들이 자꾸 경계하자 사고를 치고 만다.
이에 EO는 다시 한 농장으로 옮겨진다. 그날 밤 EO는 같이 서커스를 하던 카산드라가 목소리를 떠올리며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진짜로 카산드라가 다음 날 밤 찾아와 EO의 생일을 축하해준다.
하지만 카산드라가 다시 떠나자 EO는 울부짓다가 우리를 뛰쳐나와 그녀를 뒤쫓는다.
차에 치일뻔한 후, 찻길이 아닌 길을 택하면서, 냇가도 건너고, 부엉이와 늑대가 가득한 숲속을 헤매다가 사냥꾼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박쥐 떼가 우글대는 터널을 지나,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은 후, 온통 붉게 물든 산을 지나 도심으로 온다.
하지만, 곧 지나가던 소방관에게 발각돼 어딘가로 끌려간다.
그곳에서는 축구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진팀이 갑자기 “이게 다 저 당나귀 때문”이라며 EO 탓을 한다.
반면, 우승팀은 EO와 함께 거리 행진을 하며 자축한다.
우승팀 사람들이 EO랑 술집에서 축하연을 열자, 진팀 사람들이 찾아와 우승팀 사람들은 물론 EO도 두들겨 팬 후, 도망친다.
이후로도 EO는 이곳저곳 전전하며 여러 상황에 놓인다.
영화 <당나귀 EO>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당나귀가 주인공이라 대사가 적고, 그래서 일부 장면은 이해하기 힘들어 재미있진 않다.
다만,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른바 ‘동물권’이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다는 것인데, 과연 진정으로 동물에게 유익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매일 사람들 앞에서 서커스 공연을 하는 게 동물에게 고문일까? 솔직히 말해 그건 동물만이 안다.
어떤 동물은 사람들이 자기 공연을 보면서 박수치고, 단원들이 예뻐해 주고, 맛있는 것 많이 주면 그걸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동물권단체 사람들이 이건 학대라며 동물을 서커스단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면, 어떤 동물은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또 어떤 동물은 서커스 공연을 하는 재미로 살았는데 그걸 뺏기는 것일 수 있다.
극 중 EO는 후자에 속한다. 그는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람들에 의해 여기저기로 옮겨진다.
심지어 축구경기 중인 곳에 끌려갔을 뿐인데, 진팀 선수들이 EO 탓을 하며 EO를 두들겨 패기도 한다.
그냥 여느 때처럼 서커스단에서 카산드라와 공연했으면, 당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연 우리 인간들이 동물을 위해 ‘동물권’이란 개념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동물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진짜 동물을 위한 것일까 싶기도 하다.
과연 동물의 입장에서 진짜 동물을 위한 게 뭘까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당나귀 EO>는 내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