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법 때문에 등장한 비질란테
그냥 자기 기분이 안 좋다고 힘없는 여성을 그것도 어린 아들 앞에서 패 죽이고도, IQ가 낮고, 공탁금을 걸었다는 이유로 불과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은 최성수.
12년 후, 여전히 변치 않고 똑같이 살고 있는 전과 18번의 그를, 과거 눈 앞에서 엄마를 잃은 김지용(남주혁 분)이 응징한다.
이후로도 지용은 뉴스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범죄자들을 찾아가 직접 응징한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법이 더 이상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대신 응징하자 언론에서 새로운 다크 히어로가 등장했다고 바람을 잡는다.
이에 시민들은 그를 비질란테(자경단)라고 부르며 열광한다.
문제는 비질란테로 불리는 지용이 사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하는 경찰이 되기 위에 경찰대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것.
몸을 사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질란테를 찾기 위해 최미려(김소진 분) 기자가 과거 아동 성추행범 정덕흥이 얼마 전 출소했다며 신상을 보도하자, 관심을 보인다.
그런 가운데 정덕흥이 밀항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비질란테가 응징하는 모습을 찍으려던 최 기자는 비질란테가 아닌 경찰이 사건을 해결할까 봐 초조해한다.
하지만 경찰이 허탕치는 사이, 비질란테가 정덕흥을 응징한다.
경찰이 대체 정덕흥을 죽인 게 누굴까 궁금해 하지만, CCTV 등 실마리를 못 찾는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최 기자가 정덕흥 살해 현장을 보도하자 여론은 비질란테의 편을 든다.
이에 최 기자는 시청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다시 한번 악인을 공개한다. 그것도 비질란테가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동시에 3명이나 말이다.
역시 이번에도 비질란테가 보도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서두엽을 잡으러 간 클럽에서 만난 여자 때문에 응징에 실패한다.
한편, 경찰은 범죄자를 응징한 비질란테를 잡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리고, 시민들은 이런 경찰의 행태를 비난한다.
그런 가운데 비질란테를 모방한 범죄자가 속출하면서 사회가 혼란스러워 진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가 오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2편씩 공개된다.
법과 경찰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해주지 못하는 시대이기에 시청자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법은 약자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홀리데이>가 개봉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통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고, 힘없는 피해자는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 결국 가해자가 이기는 세상.
사위가 검사면 장모가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
아빠가 대통령실 직원이면 학교폭력 정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에 싸움이 일어나자 출동한 경찰이 그냥 가버려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는 세상.
비단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현실이 이렇기에, 이 작품 속 사건들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적 응징을 가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법이, 경찰이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서면, 우리 사회는 야만의 시대가 될 것이다.
법 없이 살아도 안전한 사회가 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법이 있어도 안전하지 않으니 법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을 고치기 위해, 피해자가 미성년자면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도 법적 처벌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법을 고도화 해야 한다.
또 법을 집행하는 검사나 판사들이 공정한 수사와 판결을 하도록 직업윤리 의식 고취는 물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질란테 같은 이들이 범죄자 응징을 하겠다고 나서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가 제작에 참여해 사적 응징과 법의 허점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 한 <비질란테>는 우리 사법 시스템에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