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이 꼬리 물어
간밤에 집 근처에 불이 났는데, 그 건물에 있는 걸스바(여성 바텐더가 있는 술집)에 아들 담임이 갔단다.
어제는 아이가 담임이 한 말이라며, 사람에게 돼지 뇌를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더니, 아이 담임이 이상한 것 같다.
게다가 아들의 도시락통을 씻으려는데 돌과 흙, 낙엽이 있다. 말로는 과학실험을 했다는데 영 미덥지 않다.
설상가상 밤중에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분)가 사라져서 찾으러 다니니, 굴 속에서 “괴물은 누구게”라며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다.
놀라서 차에 태워 집에 오는데 갑자기 애가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이 정도면 아들에게 분명히 무슨 큰일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으니, 자기 뇌가 돼지 뇌랑 바뀌어서 괴물이 된 것 같단다.
누가 너한테 그런 소리를 했냐고 하니, 담임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분) 선생이 그랬단다.
이에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는 날이 밝자마자 학교를 찾아가 교장(타나카 유코 분)에게 호리 선생이 미나토에게 한 언행을 말한다.
다음 날, 호리 선생이 미나토의 엄마에게 시원치 않게 사과하고, 옆에서 교장까지 머리를 숙여 미나토 엄마를 당황케 한다.
애 담임에게 아이를 때렸느냐고 물으니, 답을 안 하고, 교장은 조사 결과 아이의 코에 선생의 손이 ‘접촉’했단다.
무슨 변명이 이렇게 신박한가 싶어 계속 따져 물으니, 호리 선생은 사과는커녕 모자가정(母子家庭)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미나토를 문제아처럼 만든다.
다음 날, 다시 교장을 만나러 가니 이제부터 조사를 하겠단다.
호리 선생을 불러 달라고 하니, 외출중이라고 둘러댄다. 조금 전 학교에 있는 것 봤다니까, 교장이 한다는 말이 외출이 꼭 밖에 나간 걸 의미하진 않는다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교장실을 박차고 나오니 때마침 호리 선생이 있고, 따지려고 하니 미나토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분)라는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요리를 찾아가 보니, 미나토가 감기에 걸려 학교에 못 오는 줄 알고 위문편지를 써준다.
아이 말로는 미나토가 자기를 괴롭힌 적은 없고, 담임이 미나토를 때렸지만, 반 아이들이 무서워서 침묵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일로 호리 선생은 학부모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하고, 그의 언행이 신문에 보도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학교에 근무 중이고, 그를 피해 도망치다 미나토가 다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학교폭력을 당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무리 봐도 아이가 담임교사에게 학대당한 게 분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학교는 달라지지 않는다.
공개 사과까지 하고서도 해당 교사가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고, 피해학생이 그를 피해 도망치다 다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묘미는 지금부터다.
다시 앞선 상황을 보여주면서 이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불이 난 날, 담임은 걸스바에 간 적도 없다. 단지 섹시한 옷차림의 여자친구와 해당 건물 주위를 지나고 있었을 뿐인데, 이를 본 학생들이 오해해서 소문이 이상하게 났다.
또 미나토가 같은 반 아이들의 물건을 집어던지길래 말리는 과정에서 손으로 코를 툭 쳤는데, 코피가 난 것이다.
“교사의 손이 미나토의 코를 ‘접촉’했다”는 말은 궤변이 아니라,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의 명예가 소중한 교장이 진실이 어떠하든 시끄러운 문제 안 생기게 억지로 호리 선생에게 사과를 시켰다가 이 사단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또 이게 진실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사실은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보여준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그래서 괴물은 대체 누굴까?’에 매달리게 된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2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괴물 찾기에 열중하다가 그 괴물이 결국 나였구나 깨닫게 되었으면 한다”며, “관객에게 어떻게 보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다. 처음 이야기를 접하고 나도 누가 괴물인지 찾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여러 버전의 결말이 있었는데, 만약 그들이 구해져야 한다면, 꼭 부모를 만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구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지 않고,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한 사카모토 유지가 쓴 작품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만약 본인이 대본을 썼더라면 음악실 장면의 등장인물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사카모토 유지의 훌륭한 글솜씨에 반해) 다음에도 또 같이 작업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이 영화에 주목할 점은 영화 <분노> <남한산성> <애프터 양> <마지막 황제> 등 다양한 영화음악으로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카모토 유이치의 유작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카모토 유이치의 죽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의 작업에 자기 영화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고인에게 찬사를 보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