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간절함을 이용하는 교주
영화 <신세계로부터>는 아들을 잃은 엄마 ‘명선’이 탈북 후 화신교 교주 ‘신택’을 만나 아들의 부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신흥종교 아니면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다.
배우 김재록이 연기한 화신교 교주 신택은 미스터리 하면서도 사기꾼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명선의 관점에서는 다르다.
어렵게 탈북 했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명선은 화신교의 교주-여기서는 화주라고 부른다- 신택을 만나고 아들의 부활을 위해 자신의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바쳤다.
집을 얻어 신당을 꾸미고, 열심히 일해서 신당을 운영하면서 포교활동을 한다.
화주님의 말에 따르면 한 사람의 영혼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10명의 기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 기간 안에 영혼을 불러오지 못하면 영영 영혼을 불러올 수 없다.
매일 힘들게 일하고 신당과 화주를 돌보면서 나가서는 자신의 아들의 부활을 위해 같이 기도할 10명의 심도도 모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탈북자라서,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을 하는 미친 여자로 구박받는다.
그녀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신도를 모으며 자신의 믿음대로 기도를 올린다.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음에도 다수의 상대에게 핍박 받는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 나간다.
한 명, 두 명 신도가 늘어나지만 10명을 모으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러면서 자꾸 화신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그러다, 과거 화신의 은혜로 영혼 부활을 목격했다는 여자 신도 2명이 나타난다.
그들이 나타나면서 명선의 입지는 흔들린다.
화주도 자신의 편이 아닌 것 같고, 부활 순서도 뒤바뀌게 된다.
명선은 아들을 살려 내려는 마음만 가지고 힘든 일들을 감당했지만, 자신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명선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 부활에 대한 간절함, 신도를 모아야 하는 절박함이 뒤섞인다.
거기에 사람들에게 탈북자라고 혹은 사이비 종교를 믿는 미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감내해야 하며, 자신이 이뤄 놓은 공간에서도 소외되게 된다.
이런 감정의 변화들은 결국 우리도 일상에서 쉽게 겪는 일들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일을 행하고 있나 살펴볼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절박함과 간절함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명선의 처지나 절박함은 이용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은 껄끄러운 내용일 수 있다.
이런 상황(사이비 종교라는)이 오히려 명선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에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
봉준호 감독이 “여태껏 접해본 적 없는 아주 새로운 유형의,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배우.”라고 극찬한 배우 정하담이 ‘명선’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유의 묘한 표정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픈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연기로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영화 <신세계로부터>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