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추락을 그린 작품
조에라는 학생이 산드라(산드라 휠러 분)의 집에 찾아 와 인터뷰하는 동안 아들은 개를 씻고, 남편은 갑자기 큰 소리로 음악을 튼다.
더 이상 인터뷰가 안 될 것 같아 조에를 돌려보낸다.
아들은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가고, 부부만 집에 남는다.
산책 후 돌아온 아들은 집 밖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아빠를 발견하고 급히 엄마를 부른다.
경찰에서 부검한 결과 타살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1년 후, 산드라는 법정에 선다. 당시 그녀를 인터뷰 했던 조에가 증인으로 나서 산드라에게 이상한 점은 못 느꼈다고 말한다.
검사는 산드라에게 혹시 남편이 음악을 크게 틀어서 화가 났는지 추궁하고,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 분)에겐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나간다고 했는데 왜 그날은 싸우기 전에 나갔는지 추궁한다.
판사는 다니엘에게 다음 재판에선 더 적나라한 말이 오갈 텐데 네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방청을 불허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다니엘은 방청을 못 해도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더 심한 말도 보게 될 텐데, 방청을 허락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렇게 다니엘이 지켜보는 앞에서 재판이 열리고, 남편의 주치의가 증인으로 나와 평소 산드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약을 복용 중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재판 과정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오면서 다니엘은 상처받는다.
다니엘은 더 이상 엄마를 믿을 수 없어, 판사에게 추가 증언을 하고 싶다고 청한다.
그는 불확실할 땐 ‘어떻게’가 아닌 ‘왜’에 집중해야 한다며, 엄마가 아빠를 죽일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산드라는 무혐의로 풀려난다.
영화 <추락의 해부>는 집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빠의 사인을 두고 벌이는 법정극이다.
문제는 아들 다니엘은 시각장애인이고, 그가 개를 데리고 산책한 후에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아빠가 죽어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엄마가 아빠를 죽였을지를 두고 관객은 물론, 극 중 배심원과 검사, 변호사가 추론한다.
아무런 증거도 증인도 없기에 사뮈엘의 사인(死因)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 31분이나 된다.
관객은 마치 진짜 어느 법정에 앉아있는 것처럼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점은 아내인 산드라는 잘나가는 베스트 셀러 작가고, 남편 사뮈엘은 대학교수이지만, 아내보다 벌이가 신통치 않아 다니엘의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다.
그런 이유로 사뮈엘은 아내에게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하고, 자주 다투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죽은 후, 법정에서 부부 간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다니엘은 엄마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 점은 바로 ‘관계의 추락’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다니엘은 의심을 품게 되고,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그리고 이러한 다니엘의 시각을 통해 11살 소년을 주변인이 아닌 중심인물로 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영화 <추락의 해부>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