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꼬셔서 결혼했다고?
10대 딸들은 애들을 몰고 옥상에 올라가지, 꼬마는 풍선을 놓쳤다고 정원에서 고음을 발사하면서 울지 정신이 없는데 그레이시에 관한 영화를 만들겠다며 배우 엘리자베스가 찾아온다.
그레이시(줄리언 무어 분)는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 분)와 식사하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해 준다. 그러다 조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영화의 배경이 1992년부터 1994년인데 그 이후의 일을 왜 알고 싶어하느냐며 그레이시가 예민하게 군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의 주변인들도 만나보고, 그레이시에게 메이크업도 받아보면서 그녀를 알아간다.
그러나 날이 지나면서 그레이시는 늘 자기 곁에 붙어있는 엘리자베스가 신경 쓰인다.
엘리자베스는 자기랑 동갑인 조(찰스 멜튼 분)에게 아직 젊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조가 그레이시에게 내가 당신을 만난 건 13살 때였고, 내 선택(그레이시와 결혼)이 틀렸던 것이 아닐까라고 말하자, 그레이시는 “네가 리드했잖아”라며 화를 낸다.
영화 <메이 디셈버>는 제목처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그레이시와 조에 관한 이야기다. 13살 소년 조가 30대 유부녀 그레이시를 만나 아이를 낳고 부부로 살고 있다.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할 수 없는 10대 초반의 남자아이를 가스라이팅 해 결혼까지 해 놓고, 큰애가 대학에 입학할 때가 되서는 “네가 리드했잖아”라며 남자의 탓으로 돌린다.
설령 철없는 10대 소년이 엄마 뻘에게 추파를 던졌다고 한들, 거기에 넘어가서 13살 꼬마와 살림을 차린 게 정상은 아닐 터.
더욱이 이미 당시 유부녀였으니 이는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모두 그레이시에게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태도에 화가 난다.
우리 사회에선 자연스레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만연 해있다. “네가 짧은 치마를 입으니, 성폭행 당했지” “네가 상사의 부당지시를 거부하니, 좌천됐지” 등등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오히려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린다.
짧은 옷을 입었든 벌거벗었든 성폭행한 사람이 잘못이고, 제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부당한 지시까지 따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영화가 불편하다. 특히 아동 성착취를 하고도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그레이시의 모습이 상당히 역겹다.
꼭 성과 관련해 무조건 여성이 피해자는 아니다. 이 영화처럼 남자도 충분히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동 성착취 문제와 가스라이팅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메이 디셈버>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