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적 사랑에 일침
‘도그’는 혼자 밥 먹고, 혼자 TV 보고, 늘 혼자여서 외로운 참에 TV에서 “외로우신가요?”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로봇을 주문한다.
설명서를 보면서 겨우 조립하니, 이런 무지하게 크다. 심지어 나보다 더 크다.
순간 살짝 당황하긴 했으나 로봇의 미소에 금세 평정심을 찾고 함께 외출한다.
지하철을 타고 공원에 가서 춤도 추고, 산책도 하고, 핫도그도 먹는다.
이후 둘은 스티커 사진도 같이 찍고, TV도 같이 보고, 게임도 같이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해수욕장에서 하루 종일 신나게 논 후,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다른 입장객은 모두 집에 갔다.
우리도 집에 가야겠다 싶어서 일어나려고 하니 어쩐 일인지 로봇에 꼼짝도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로봇을 해변에 두고 집에 왔지만, 잠이 안 와 뜬눈으로 밤을 지샌다.
날이 밝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로봇 수리 입문서를 빌려 해수욕장으로 가니, 6월 1일까지 휴장이라 들어갈 수 없단다.
저 앞에 로봇이 있지만, 들어가지도 못 하고,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린다.
시청에 가봐도 출입을 불허해 절단기를 사서 들어가려다 경찰에 걸려 유치장 신세를 진다.
그런 가운데, 어느 날 바닷가를 지나던 배에 물이 새서 정박했다가 로봇을 발견하고 기름을 주입해 고쳐준다.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된 로봇은 집으로 간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이는 로봇의 꿈이었다. 오히려 로봇을 분해해 배 구멍을 막은 후, 유유히 사라진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고, 로봇은 얼른 봄이 돼 다시 집에 가길 꿈꾼다.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쇠붙이를 찾던 침팬지가 로봇을 발견해 고물상에 판다.
그렇게 로봇은 주인과 재회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고철더미에 파묻힌다.
한편, 고물신세가 된 로봇은 새 주인을 만나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예전 주인이 새로운 로봇과 함께 있는 걸 보게 된다.
이에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틀고, 노래를 들은 예전 주인이 로봇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나 옛 주인의 시선에 로봇이 얼른 몸을 숨긴다.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 그래서 디테일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출생률 급감과 고물가와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결혼을 꺼린다.
일본에서는 인형과 결혼하기도 하고, 미국에선 애완돌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만큼 현대인은 외롭다. 주인공 ‘도그’ 역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로봇을 사서, 마치 애인처럼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너무 신나게 논 탓인지 배터리가 방전돼 어쩔 수 없이 해변에 두고 왔다가, 몇 달 동안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된다.
로봇은 언젠가 주인이 나를 다시 데리러 오겠지 꿈꾼다. 물론 도그도 처음엔 몇 번 시도했다.
하지만, 해수욕장 폐쇄로 로봇을 가져오지 못하자 결국 새로운 로봇을 또 구입한다.
사실 로봇을 꼭 다시 가져오려고 했으면 배를 타고 들어가서라도 가지고 나왔을 수 있는데, 도보로만 들어가려고 시도하고 쉽게 포기한다.
이는 마치 강아지나 아이를 입양했다가 생각보다 재미없다거나, 너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버리거나 파양하는 행태와 닮았다.
비록 로봇이 생명체는 아니지만, 애인처럼 데이트를 즐기던 대상인데 너무 쉽게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새 주인을 만난 로봇이 우연히 옛 주인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아는 채 하려다가, 그의 곁에 다른 로봇이 있는 걸 보고 주인을 떠나보내는 모습이 짠하다.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