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에게 감정이입, 바람직한가?
악인에게 감정이입 한다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영화 <잠행>을 본다면 악인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변호사로 나오는 조지 램(유덕화 분)은 마약왕의 뒤를 봐주는 변호사로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가 핵심인물임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사람일지 모르나 홍콩을 넘어 전세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마약왕이다.
단순히 마약을 밀매하는 것을 넘어 다크웹을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마약을 살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
이런 마약왕을 잡기위해 경찰 에디(펑위옌 분)는 그의 뒤를 쫓는다.
마약왕 조지의 곁에 언더커버(범죄나 테러조직 등 범죄 관련 조직 내부에 정체를 감추고 침투해 활동하는 요원)를 심어 조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영화 <잠행>은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홍콩 누아르 영화다.
특히,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배우들이 등장해 아직도 그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한다.
<아비정전>, <천장지구>, <무간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에 출연해 심금을 울렸던 유덕화는 마약왕 조지를 연기하며 악인에게 감정 이입하게 하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틀림없이 범죄자임에도 그가 가진 서사가 자세히 묘사되며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악인에게 감정 이입하는 죄책감을 가지게 할 만큼 영화를 몰입감 있게 끌어간다.
내적, 외적 갈등이 모두 그에게 맞춰져 있어 권선징악, 정의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이 볼 수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범죄자의 서사가 완벽해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인 에디는 행동파에 다혈질이고, 언더커버인 호사우(임가동 분)는 우유부단하다.
재미는 있으나 교육적으로는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참고로 유덕화는 과거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 삼합회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영화 <잠행>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