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눈으로 5·18 그려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광(실존인물 전두환)이 이끄는 하나회가 쿠데타를 성공시키면서 끝난다.
30년 가까이 독재를 해 온 박정희의 죽음으로 ‘서울의 봄’이 오려나 기대했던 국민들은, 금세 다시 예전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영화 <1980>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와 같은 해 12월 12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군사 쿠데타를 거쳐, 1980년 5월 17일 전라도 광주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지금이야 날짜만 봐도 다음 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두가 알지만, 그 당시 속에 살고 있는 극 중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모른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철수 할아버지(강신일 분)는 드디어 소원이었던 중국집을 개업해 신나고, 서울에서 대학까지 나온 지식인인 철수 아빠는 민주화운동으로 수배 중이라 피에로 분장을 하고 나타나 몰래 가족과 만난다.
철수 삼촌(백성현 분)과 결혼을 약속한 화장품 외판원인 이른바 ‘아모레 이모’까지 일손을 보태고, 동네 사람들의 축하가 끊이지 않는다.
매일 매일이 오늘만 같으면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어쩐 일인지 오늘부터 등화관제(燈火管制) 시간이 빨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거리에 군인들이 넘쳐난다. 철수네 중국집에 밥 먹으러 군인 몇 명이 왔는데, 대학생 손님들에게 ‘빨갱이’ 운운하며 시비를 걸어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거리에서 도망치던 철수 아빠가 급히 중국집으로 피신하지만, 뒤쫓아 온 군인들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끌려간다.
철수네 집에 세 들어 사는, 철수 친구 영희네 아빠가 마침 군인이라 무사히 나올 수 있게 힘 좀 써 달라고 부탁해 보지만, 그것도 소용없다.
군인들은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몰라도 거리에서 시민들을 공격한다.
군인의 임무가 비단 우리나라의 영토, 영공, 영해를 지켜 국민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일진대, 오히려 국민을 해치니 이런 비극이 없다.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도 있고, 그날의 참상(慘狀)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영화도 있다.
이번에 개봉하는 <1980>은 실화에서 모티프를 따오긴 했으나 창작의 과정을 거쳤다. 또, 그 당시의 참상을 부각하기보다 소시민들이 어떻게 ‘빨갱이’로 몰리고, 운동권 대학생을 욕하던 시민이 왜 같이 총을 들고 군인과 싸우게 됐는지에 초점을 뒀다.
(당시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당시 상황을 왜곡하려는 이들이 있다.
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도 더 이상 북한군이 광주에 들어왔다는 둥 거짓 주장은 못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1980>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