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4.3 항쟁의 구술 작가인 양경인과 한국으로 유학 온 르완다인 파치스가 만났다.
두 사람 모두 대학살 생존자의 딸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여행을 떠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가깝게 이해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의 딸들>은 제주 4.3 항쟁과 르완다의 제노사이드가 얼마나 닮은꼴의 비극인지를 이야기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여행의 여정 중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은 일들의 잔인함과 그 속에 남겨진 아픔과 슬픔을 알려준다.
제주 4.3 항쟁에서 집단 사살된 사람들을 보면 노인뿐만 아니라 10세 이하의 아동 희생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함께 몸을 숨겼던 가족 단위의 희생자가 다수 나왔다.
누가 봐도 그들이 무고한 희생자였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10세 이하의 아동이 무슨 정치적 행동을 했겠는가!
르완다의 제노사이드의 희생자의 딸인 파치스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시다는 것을 보면 “어떻게?”라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부모이거나 부모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아님을, 누군가에 의해 당연한 일상이 파괴되는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들이 겪은 슬픈 현실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르완다의 상황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몇 백 명의 학생을 멸치젓 담듯 학살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4·3 항쟁 60주년에 제주 공항 활주로 주변을 시추해 213명의 시신을 발굴했다.
또한, 정방폭포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지만,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던 장소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제주 4.3 항쟁, 이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임을,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고 알려야 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의 딸들>은 제주 4.3항쟁을 기념해 4월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