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 그려
미술학원 강사인 지수(권잎새 분)가 집에 오니 헤어진 전 남자친구 우주(반시온 분)가 와 있다.
자기를 진짜로 믿어줘야 한다며 화장실 문을 여니 욕조에 한 남자가 있다.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실수로 죽였단다. 이에 지수는 당황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며칠 후, 이번엔 우주가 자기 엄마(윤유선 분)까지 죽여서 욕조에 담궈 두자, 지수는 그다음은 자기가 될까 봐 무섭다.
마침 다음 날 비가 오자 지수는 시신을 산에 묻기 좋은 날이라며 나갈 채비를 하고, 현관문을 연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치고, 문을 닫으니 다시 비가 온다.
결국 두 사람은 화창한 날씨에 시신을 유기할 곳을 찾으러 산에 오른다.
집에 돌아와 시신을 비닐로 꽁꽁 싸니, 마침 그때 지수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 온다. 발신인은 다른 아닌 우주의 엄마다.
한편, 배달 라이더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치킨집 사장(박종환 분)은 물건을 받으러 온 라이더가 통화 중이거나 비가 오면 아예 배달을 포기해 아내(양조아 분)와 허구한 날 싸운다.
그러던 어느 날, 누리호 발사 장면을 지켜보다가 우주의 그날 일을 떠올린다.
<미지수>는 이돈구 감독이 개인적으로 친구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한 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실감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런 이해 없이 그냥 영화를 보면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도통 이 영화가 뭘 이야기 하려는지 확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영화 내내 등장하는 우주가 사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 깊은 여운이 몰려온다.
이에 대해 치킨집 사장 역을 맡은 박종환은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상실감을 느꼈다며, 은유적으로 표현해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수 역을 맡은 권잎새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소소한 유머에 깔깔 웃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누군가를 죽였다는 ‘우주’에 대해 그의 연인이, 그를 고용했던 치킨집 사장 부부가, 그의 엄마가 각자의 방식대로 기억하고, 애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음악까지 너무 슬프면 안 될 것 같아서 오히려 극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음악을 사용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을 그린 영화 <미지수>는 다음 달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