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떠난 여자의 최후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이른바 ‘헬조선’을 탈출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인천에서 강남까지 매일 편도 2시간이나 걸려서 출퇴근하느라 늘 고단한 삶을 사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계나(고아성 분)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한국을 뜨기로 결심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7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김우겸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간다.
유학원 원장(김지영 분)의 집에서 지내게 된 계나는, 도착 첫날이어서 그런지 차고를 개조한 방이어서 그런지 제대로 못 잔다.
유학원 원장이 어학점수를 높여 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받든지, 아니면 시간 절약을 위해 현지인과 결혼하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하는데, 당황스럽다.
한국에서는 금융회사 IT부서에서 일했지만, 뉴질랜드에서 계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식당 아르바이트 정도다.
추위가 싫어서 뉴질랜드에 왔는데, 삶의 질은 좋지 않다.
그나마 연하남들이 계속 꼬여서 외롭지는 않은데, 생각해 보니 외로워서 엄마처럼 푸근한 연상녀에게 들이대나보다 생각하니 좋지도 않다.
어느덧 3년 차가 된 계나는 집주인 남편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생각이 많아진다.
드디어 계나는 8만 달러나 들여서 졸업장을 받는다. 어려운 가운데서 성실하게 그리고 많은 돈을 들여 졸업한 것이 너무 좋아 친구들과 광란의 밤을 보낸다.
하지만 얼마 후, 친구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돌아온다.
남자친구가 계속 한국에 있을 건지 묻자 “아직 모르겠다”고 답한다. 계속 자기 옆에 있어달라는 말에 계나는 뭐라고 답을 하지 못한다.
처음 소설을 읽고 어떤 부분이라기보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담고 싶어서, 출판사에 연락해 판권을 확보한 후, 계나의 7~8년을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 기간 외국에 있는 계나가 어떻게 느낄지 각색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
장건재 감독은 본인은 (주류인) 40대 남성이지만,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는 한국에서 살기 더 힘든 게 사실이라며, 다만 본인은 사회운동가가 아닌 창작자라 본인이 겪는 (우리 사회의) 지옥이 뭐라고 말하긴 힘들다면서도 ‘정상성의 강요’가 20대뿐만 아니라 40대 중반인 본인에게도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고아성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생각이 나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