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우리집에 왜 왔니?
오늘 소개할 영화 두 편은 어느 날, 우리 집에 갑자기 쳐들어온 ‘침입자’ 때문에 생기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자기만의 방>과 <히든페이스>다.
영화 <자기만의 방>
9남매 중 넷째인 우담(김환희 분)은 같이 방을 쓰던 큰언니와 둘째 언니의 독립으로 드디어 자기만의 방이 생겨서 기뻐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바로 위 오빠 우주(김민규 분)기 하필이면 매일 담이를 놀리는 같은 반 꼴통 고경빈(김리예 분)을 임신시켰다며 같이 살겠다며 집에 데리고 온다.
경빈은 조실부모했고, 살던 고시원에서도 쫓겨났다며 이 집에서 살겠다고 한다.
담이네 부모는 고교생인 아들이 사고친 걸 혼내기는커녕, 그러면 이 집에서 여자방은 담이 방 뿐이니 둘이 같이 지내라고 한다.
예비 시부모님 앞에선 조신한 척, 착한 척 하지만, 담이랑 둘이 있을 땐 악마가 되는 경빈 때문에 담이는 어떻게든 경빈이 낙태 수술을 받고, 이 집에서 나가길 원해 작전에 돌입한다.
영화 <자기만의 방>은 유쾌한 가족 소동극이다. 어쩌다가 아이를 9명이 낳은 담이의 부모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사랑을 보여준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더 이상 이 집에 아기는 없다며, 부모의 ‘뜨밤’을 뜯어 말리자마자, 같은 반 친구가 우리 오빠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처들어 온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주와 경빈을 비난하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이 익숙한 담이 부모는 일단 벌어진 일이니 거기에 순응해 경빈을 며느리로 받아들인다.
경빈은 발디딜 틈도 없고, 주의 어린 동생들 이른바 ‘이노무새끼’(우이, 우노, 우묵, 우석, 우기) 때문에 정신도 없지만, 자연스레 가족의 사랑을 배워간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1시간 32분 내내 밝은 건 아니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학교에서 경빈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학교의 명예’ 운운해 결국 경빈이 자퇴를 결심하게 만든다.
그게 사랑이었던, 불장난이었던 어쨌든 고등학생의 임신을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한다며 기뻐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 영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이런 장면을 넣은 듯한데, 지금껏 밝고, 재미있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를 연출한 오세호 감독은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9남매라는 게 현실에서 보기 힘들어, 판타지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판타지적으로 밝고, 유쾌하게 그렸어도 상관없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 집에 11명이나 사는 것 자체가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과 닮았다며, 서울에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이 가족 중에 있기를 원해서 첫째를 발달장애인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히든페이스>
영화 <방자전>과 <인간중독> 등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신작으로, <방자전>과 <인간중독>의 조여정, <인간중독>의 송승헌 그리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박지현이 주연을 맡았다.
결혼을 앞둔 수연(조여정 분)이 어느 날, 애인인 성진(송승헌 분)에게 영상편지를 남기고 갑자기 사라진다.
연락도 안 되고, 출국 기록도 없고, 카드 사용내역도 없는데다 곧 공연을 앞둔 터라 답답한 지경인데, 수연이 떠나기 전 대타를 부탁했다며 후배 첼리스트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난다.
일단 공연은 해결했고, 수연만 찾으면 되는 상황이라 안심이 됐던 걸까?
성진이 미주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다. 그것도 수연과 함께 살 집에서 말이다.
문제는 어찌 된 일인지 이 모습을 수연이 밀실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것.
나중에 수연이 집 밀실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성진은 그녀를 얼른 꺼내기보다는, 자기가 미주와 한짓 때문에 보복 당할까 두려워 잘못된 선택을 한다.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이른바 ‘밀실 스릴러’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수연이 밀실에 갇혔다는 사실은 극 초반에 공개된다. 심지어 예고편이나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줄거리에서도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재미는 왜 수연이 밀실에 갇히게 됐는지 전사(前事)에 있다.
영화는 3달 전, 7달 전으로 돌아가며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놓는데, 여기서 관객이 재미를 느끼게 된다.
영화를 연출한 김대우 감독은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욕망을 추가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연이 밀실에 갇힌 걸 알고도 꺼내주지 않는 성진과 미주의 욕망, 수연이 미주에 대해 가진 욕망, 자기가 사랑하지 않더라도 성진은 자기를 사랑해 줘야 하는 수연의 욕망 등 세 사람의 욕망이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켜 재미를 더한다.
각자 맡은 캐릭터 입장에서 결말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송승헌은 어떻게 보면 성진도 배신 아닌 배신을 당했기에, 쌤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조여정은 이것저것 다 포기해도 이게(결말)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박지현은 영화의 결말이 미주 인생의 결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중에 미주가 또 어떤 선택을 할지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