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등 아니어도 괜찮아
김홍도의 그림에도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씨름.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과 이만기는 씨름을 그만 둔 후, 수십 년째 인기 방송인으로 활동할 정도로 씨름선수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다.
그러나 언론에서도, 국민들도 여자 씨름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박재민 감독은 여자 씨름선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모래바람>을 만드었다.
1999년부터 여자 씨름선수 등록이 가능해 진 후, 2009년 임수정 선수가 첫 번째 여자 천하장사에 오른 후 2024년 현재까지 통산 100회의 우승과 8번의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임수정이라는 눈에 띄는 여자 씨름선수의 등장으로 2015년 콜핑이 실업팀을 창단했다.
그리고 그해 매화(60kg 이하), 국화(70kg 이하), 무궁화(80kg 이하) 3체급 모두 콜핑 소속 선수가 우승했다.
심지어 2016년 천하장사 대회에서는 같은 콜핑 소속 최희화(무궁화급)와ㅓ 임수정(국화급) 선수가 결승전에서 맞붙기도 했다.
이듬해 최희화 선수는 안산시청으로 이적했다.
안산시청으로 옮긴 최희화는 2017년 구례에서 열린 전국여자천하장사대회에서 임수정을 이기고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2018년에는 같은 콜핑 소속 임수정과 김다혜 선수가 국화급 준결승에서 맞붙어 임수정이 승리했다.
이에 김다혜는 임수정을 이기겠다며 이듬해 안산시청으로 옮긴다. 그리고 2019년 임수정을 이기고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반면, 매화급의 양윤서는 임수정이 롤모델이라 임수정처럼 되기 위해 같은 팀에 입단했다.
그리고 진짜로 여자 씨름판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그러나 2019년 연골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대회에 나가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모든 게 다 싫어진 양윤서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환경을 바꾸기 위해, 콜핑을 떠나 구례군청으로 팀을 옮긴다.
이적 후, 독기를 빼고 마음 편히 씨름을 하면서 양윤서는 점차 원래의 실력을 되찾아간다.
그런가 하면, 45살에 천하장사가 된 송송화는 결혼 후 힘들게 살다가 씨름을 시작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기의 한계를 깨닫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은퇴를 결심한다.
은퇴 후 그는 씨름협회 이사로 일하면서 여자 씨름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씨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제는 팀에서 가장 선배가 된 양윤서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또, 임수정 선수는 천하장사를 목표로 늘 노력하지만, 노력이 중요한 거지 타이틀을 거머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모래바람>은 비인기종목인 여자 씨름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록 비인기종목 선수여도, 왕년에 몇 번이나 천하장사를 거머쥐었던 선수였지만 이제 종종 타이틀을 빼앗기는 처지여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한다. 27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