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늙은 대로
다른 직종과 달리 연예계에는 젊고 예쁜 여자가 넘쳐난다. 인기 있는 여자 연예인 중에 10대도 수두룩하다.
그런 상황에서 50대 여성 연예인 중 일부를 제외하곤 입지가 좁은 게 사실이다.
한때 할리우드 거리에 이름을 새길 정도로 인기 스타였던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 분).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 대중이 그녀의 이름조차 잊었다. 먹고 살기 위해 TV 에어로빅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데, 그마저도 임신 가능성 높은 젊고, 섹시한 여자로 교체하려는 제작자(데니스 퀘이드 분) 때문에 해고될 위기다.
심지어 그녀에게 대놓고 여자 나이 50살이면 끝났다고 말한다.
하필 생일에 그런 소리를 듣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사 말로는 다행히 아무 문제 없단다.
응급 콜을 받은 의사가 먼저 나가자, 간호사가 검사 하나가 더 남았다며 등을 만진다.
나와서 보니, 겉옷 주머니에 뭔가 있다. 서브스틴스라는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힌 USB 메모리다.
집에 와서 USB를 컴퓨터에 꽂아보니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또 새로운 나와 원래의 나는 각각 1주일씩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고민 끝에 야밤에 전화를 걸어보니, 주소를 묻더니 대뜸 주소 하나를 알려준 후 끊는다.
다음 날 아침, 503이라고 적힌 카드 하나가 집으로 배달된다.
이게 뭐지 싶어 그녀는 어젯밤 전화 속 남자가 알려준 주소로 가 본다.
으슥한 골목에 위치한 폐가 같은 곳에 가서 카드를 대니 문이 아랫부분만 살짝 열린다.
쭈그리고 들어가서 복도 끝 방에 들어가니 락커가 있다. 503번 락커를 여니 박스 하나가 있다.
그 박스를 집에 가져 와 설명서대로 일단 활성제를 주사한다.
몸의 변화를 보려고 일부러 옷도 다 벗고 주사했는데, 아무일도 안 일어나자 엘리자베스는 그럼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콧방귀 뀐다.
그러나 잠시 후, 갑자기 극심한 고통에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등이 갈라지면서 또 다른 내가 나온다.
스스로가 바로 젊고, 예쁘고, 탱탱한 몸매를 지닌 까닭에 거울을 보며 자아도취에 빠진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원래의 나’에게 키트 속 음식도 주고, 등도 꿰매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잠이 안 온다.
아침이 되자 젊은 엘리자베스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설명서대로 원래의 나에서 척수액을 뽑아 주사하니 안정을 되찾는다.
이에 그녀는 해고된 엘리자베스의 후임을 찾는 오디션에 ‘수’(마가렛 퀠리 분)라는 이름으로 참가한다.
젊고, 예쁘고, 섹시한 수를 본 제작자가 곧바로 촬영하자고 난리다. 이에 수는 엄마를 돌봐야 해서 1주일마다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작자는 너랑 같이 일할 수 있다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1주일 동안 방송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낸 수는 설명서대로 원래의 나를 살린다. 대신 수는 1주일 동안 죽은 듯 잠든다.
1주일 만에 나타난 엘리자베스에게 제작자가 친히 짐을 싸서 건넨다. 엘리자베스는 말 한마디 못 해보고 그렇게 쫓겨난다.
다시 수의 시간이 되고,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던 수가 화장실 벽을 부수고 그 안에 엘리자베스를 가둔다.
원래 그동안 자기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니 당연히 방송도 성공적으로 마친다.
덕분에 수의 인기가 치솟자, 젊은 남자와 연애도 하게 된다.
이 순간을 즐기고 싶은 엘리자베스는 1주일마다 엘리자베스와 수를 바꿔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어기고, 계속 수의 몸으로 산다.
그러나 그럴수록 엘리자베스의 몸이 늙어간다는 걸 알고 혼란에 빠진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어느 순간 대중에게 버림받은 중년의 여성 연예인이 우연히 젊음을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그 누가 봐도 반할 만한 외모를 갖게 된 그는 점차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
그리고 그 욕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결과와 마주한다.
서두에 말했듯이 많은 중년 연예인들이 젊은 연예인들 때문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기껏해야 이제는 어느 배우의 엄마 역 정도만 맡게 되는 신세가 된다.
원래 드라마나 영화엔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법이지만, 여전히 내가 주인공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외모에 손을 대기도 한다.
대중이 기억하는 그 얼굴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경우, “원래 얼굴이 더 예뻤는데” 소리를 듣게 된다.
그래서 결국 점점 더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 연예인은 상실감을 경험한다.
누구나 늙는다. 연예인도 늙는다. 나이 들면 나이 든대로 지금의 모습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이는 50대, 60대인데 여전히 20대의 외모를 갖고 싶다며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다. 비연예인 역시 나이 들면서 흰머리도 생기고, 주름도 생기는 걸 순응해야지 염색하고, 보톡스 맞는다고 어려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깨달음을 주는 영화 <서브스턴스>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