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영화지만, 철학적인 영화
대낮에 벤치에 앉아 특정 브랜드의 콘돔 얘기로 시작해 포르노 얘기로 넘어가더니 결국 하나님이 실재하는가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모르몬교 선교사인 둘은 전도를 위해 길을 지나다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 분)이 행인에게 성희롱을 당한다.
팩스턴과 반스(소피 대처 분)는 문자로 받은 전도 대상자의 집을 찾아간다. 비가 오지만, 집에 여성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며 머뭇거린다.
아내가 있다는 말에 반스와 팩스턴이 그제야 리드(휴 그랜트 분)의 집에 들어간다.
리드는 아내가 만든 파이를 가져오겠다며 일단 콜라를 건넨다. 곧 파이도 갖다주겠다며, 아내가 낯을 가린다고 말한다.
반스가 한 방에 아내랑 같이 있어야 한다고 하자, 알지만 이해해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모르몬교 창시자에 관한 얘기를 하며, 모르몬경을 꺼내 보인다.
둘이 관심을 보이자, 리드가 반스의 개인사에 관심을 보인다.
그때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 리드가 대뜸 혹시 불편한 얘기를 해도 되냐며, 일부다처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반스가 모르몬교에서 일부다처제를 허용했다가 금지한 이유를 설명하자, 리드가 교주인 조셉이 아내가 싫어해서 신의 계시라는 핑계로 금지한 것 아닌지 신의 계시에 관한 얘기를 꺼낸다.
불편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반스가 예의 있게 얘기를 마무리하고 가려고 한다.
그러나 문이 안 열리고, 밖엔 폭우가 내리고, 전화도 안 터지자 반스와 팩스턴이 당황한다.
어쩔 수 없이 팩스턴과 반스는 리드에게 복귀하라는 연락이 왔다며, 문 좀 열어달라고 하니 아까 들어온 정문에 타이머가 있어서 내일 아침 전까지 안 열린다며, 뒷문으로 나가야 한단다.
반스랑 팩스턴이 당황하고, 이때 리드가 우리 집은 휴대폰이 안 터지는데 연락 왔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가도 좋다고 한다.
팩스턴이 아내분께 인사드리고 가겠다고 하자, 아직도 이 집에 아내가 있다고 믿냐며, 하나님을 믿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그냥 그렇게 교육받아서인지, 진짜로 믿는 건지 묻는다.
이에 반스가 리드의 말을 믿고 뒷문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보니, 그냥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이다.
긴장한 두 사람에게 리드는 갑자기 모노폴리라는 게임에 대해 한참 얘기를 하다가, 여러 보드게임을 열거하면서 유일신을 믿는 종교도 한 뿌리에서 뻗어 나온 거라고 주장한다.
한편, 두 사람이 연락이 안 되자 케네디 장로가 리드의 집에 와 본다. 리드가 시치미를 떼자, 케네디 장로가 그냥 돌아간다.
영화 <헤레틱>은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지만, 과연 진짜 신이 있는지, 유일한 참된 종교가 있는지 철학적 질문을 계속 던진다.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3명의 배우가 그것도 리드의 집 안에서만 이끌어가니 연극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두 여성의 사투를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미로 같은 집 안에서 도망치는 반스와 팩스턴의 모습을 잘 보여주기 위해 영화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아가씨> 등을 촬영한 정정훈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그는 박찬욱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특유의 미장센을 선보인 바 있다.
영화 <헤레틱>은 내달 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