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落)?
영화 <남으로 가는 길>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많은 이들이 탈북한 몽골루트에 관한 영화로,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보태 만든 작품이다.
결혼한 딸 지영(오수정 분)이 가족들과 탈북하자 당 간부인 아버지가 보위부 연행 직전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한다.
1년이 지난 2005년, 명수(박광현 분)네 일행은 목숨을 걸고 중국과 몽골 국경을 넘기 위해 브로커가 알려준 길로 가던 중 길을 잃는다.
몽골 군인에게 들킬 위기를 겪지만, 다행히 군인의 눈은 피했으나, 식량을 잃고 만다.
배도 고픈데 민가까지 80킬로미터는 가야하는 고비사막을 건너는 것이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명수의 형인 호성(최준용 분)은 답답한 마음에 한밤중에 고래고래 소리친다.
그러다 군인들이라도 오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하니, 장난이라며 화낸다.
한편 상부의 지시로 지영을 죽이러 보위부 요원들이 뒤쫓아 온다.
밤새 호성의 엄마가 독사에 물리고, 목이 마르다며 지영의 아들 상욱이 아침에 몰래 암염(巖鹽)을 마시고 탈이 난다.
다시 길을 가던 중 결국 상욱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명수가 민가를 찾아 혼자 길을 나선 사이, 승냥이가 호성과 지영, 상욱 앞에 나타난다.
한편, 길을 떠난 명수가 게르 근처에서 쓰러진 걸 주민이 발견하고 국경수비대를 부른다.
명수를 체포해 아이와 가족들이 있다는 암염샘 근처로 이동하는 사이, 보위부 놈들이 나타나 호성은 물론 미리 현장에 도착한 몽골 군인 1명을 사살한 후, 지영과 상욱 그리고 이 지역 신임 부대장 어뜨가 붙잡혀 간다.
이를 안 빌렉트 소령은 북한군이 자국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데다 살인까지 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뒤를 쫓는다.
이 영화의 제목은 <남으로 가는 길>이지만, 극 중에서 이들은 북쪽으로 간다. 국경을 넘기 위해서 북쪽으로 간 것이지만, 제목과 정반대로 가는 까닭에 내용과 제목이 엇갈리는 느낌이다.
제목에서 ‘남’이 ‘남한’을 의미하는 건 알겠지만, 극 내용에 ‘북쪽’이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된 만큼 굳이 제목을 <남으로 가는 길>로 짓지 말고, 다른 제목으로 지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동안 드라마 PD로 일했던 김상래 감독이 몇 년 전 몽골을 통해 탈북한 할머니 얘기를 듣고 몽골 현지에 가서 답사하고, 얘기가 되겠다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광활한 고비사막의 자연과 거기서 생고생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잘 담은 건 인정하지만, 최준용의 오버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건 흠이다.
최준용은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에 재혼했는데, 재혼 후에 드라마와 영화 어디에서 출연한 적이 없어서 지금의 아내에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랫동안 연기를 쉬어서 그런지 상대가 때리기도 전에 맞은 것처럼 연기하고, 최준용이 던진 돌이 상대를 맞추지 못했는데 상대방 머리에서 피가 나는 등 ‘오버 연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촬영 중 오수정은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로 고된 촬영을 이어가야 했고, 박광현은 “돈 벌면서 고생했다”고 말할 만큼 고생해서 찍은 게 눈에 보이지만, 넷플릭스 때문에 보는 눈이 높아진 관객들이 과연 이 영화를 얼마나 볼지는 의문이 든다.
최준용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설 특집 드라마로 기획됐다고 하는데, 아마도 작품성 문제로 편성이 불발돼 영화로 개봉하는 듯하다.
영화 <남으로 가는 길>은 내달 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