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다름’ 인정해야
1989년 국내에서 개봉한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재산 300만불을 상속 받은 자폐증 형 레이먼(더스틴 호프만 분)을 찾아 나선 동생 찰리(톰 크루즈 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수 십년간 연락도 없이 지내다가 아버지 유산을 받기 위해 유산 관리인이라는 한 정신병원 원장을 만나러 갔다가 기억도 나지 않는 자신의 친형이 그곳에 입원해 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돈 몇 만불도 없어 쩔쩔매는 자신과 달리, 형은 아버지로부터 무려 300만불이라는 거액의 유산을 받았지만 정작 형은 돈이 뭔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당장 형을 병원에서 데리고 나와 집으로 데려간다.
문제는 자기만의 세상에 사는 형과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동안 일어난 비행기 사고 기사를 전부 외우는 형은 비행기 타기를 거부하고, 어쩔 수 없이 며칠이 걸리더라도 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이 과정에서 레이먼에게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숫자에 매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는 형의 모습을 보고 그는 당장 카지노로 데려가 카드를 전부 외우게 해 큰돈을 번다.
이는 조정석, 도경수 주연의 <형>에서 형이 자기의 이익(가석방)을 위해 동생의 장애(시각장애)를 이용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러 과정을 통해 찰리는 과거 자기가 단지 환상속의 존재로 기억하던 ‘레인맨’이 실존하는 자신의 형 ‘레이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유산을 뺏는 것과 무관하게 진정한 형제애가 싹트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단지 재미로만 볼 영화는 아니다. 장애인을 영어로 disable person 즉,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쓰는데, 이 영화 속 장애인의 모습은 비장애인 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물론 자기만의 갇혀 사는 것에 있어서는 나와 다르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이거나 그것을 ‘틀리다’고 단정 짓는 이도 있겠지만, 장애인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지 못하는 것이, 듣지 못하는 것이,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걷는 대신 휠체어를 타는 것도 또 다른 것이라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한국에 태어났더라면, 평생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살다가 죽었을 것이라고 많은 장애계 인사들이 말한다.
스티븐 호킹은 걷지도, 말도 못하지만 그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에 지금의 세계적 석학(碩學)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장애인의 ‘다름’과 ‘특별한 재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