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감독의 의도가 똑같이 읽힐 영화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가 1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홍상수 감독의 2016년 작품으로 2017년 제70회 칸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분에 초청되어 상영된바 있다. 각본도 홍상수 감독이 썼다.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상영만 진행하고 감독, 배우가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는 진행되지 않았다.
영화배급사 직원 전만희(김민희 분)는 칸 영화제 출장 중 순수하지만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영화배급사 대표 남양혜(장미희 분)에게 해고 통보를 받는다.
남양혜는 해고 이유가 ‘부정직하다’며 애매하게 얘기했지만,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 분)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유임이 남양혜와 소완수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클레어는 음악선생님으로 친구를 따라 칸영화제에 와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사진을 찍는다. 전만희와는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확실한 대상이 매치된다. 전만희는 배우 김민희, 소완수는 홍상수 감독, 남양혜는 대중, 또는 관객으로 말이다. 영화 대사는 홍상수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있는 듯 하다.
순수하지만 부정직해서 남양혜에게 해고당한 전만희는, 불륜으로 대중에게 외면 받는 김민희의 상황과 매치된다.
소완수 감독은 술 취한 상황에서 남양혜에게 “우리는 일로는 정말 좋은 사이인데, 남자 여자로서의 관계는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마치 ‘감독의 사생활과 영화를 분리하고 관객과 감독으만 보자’는 의미처럼 들린다.
소완수 감독은 파티장에서 만난 전만희에게 맥락없이 “예쁘다”, “예쁜 영혼을 가졌다”, “니가 가진 것 그대로 당당히 살아라”고 말하는 등 어이없는 말들을 이어나간다. 누군가의 속마음을 담아내듯이…
만희의 “사진을 왜 찍는 거예요?”라는 물음에 클레어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감독은 이 영화 뿐만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주변인의 상황을 천천히 다시 쳐다보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누가 봐도 감독의 의도가 똑같이 읽힐 영화로, 사실적인 현실과 허구가 묘하게 섞여있는 느낌이다.
감독, 배우의 사생활과 영화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겠지만, 분리가 힘들 경우 대사 하나하나가 현재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실소를 금치 못한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