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WFF]왜 여성만 피해자가 되어야 하나?
이번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아시아 최초 상영된 영화 <녹이 슨>은 SNS의 폐단(弊端)을 그린 작품이다.
여고생 타치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든 것을 SNS에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전 남자친구와 찍은 ‘야동’이 들어있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잃어 버린다.
다음 날 학교에서 전교생이 이 영상을 보고 수근 거리기 시작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 남자친구에도 물어봤지만, 자신은 오래 전에 지웠다며 절대 아니라며 오히려 현재의 여자친구에게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고 펄쩍뛴다.
이에 그녀는 어제 우연히 이 영상을 보게 된 ‘썸남’ 르네가 의심스럽고, 이 와중에 ’10대 섹스영상’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포르노 사이트에까지 이 영상이 올라가자 결국 그녀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SNS에 자극적이고, 더 자극적인 것을 올리게 되는 네티즌이 결국은 이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뽑힐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 한편으로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극중 여주인공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영상에 함께 등장하는 전 남자친구는 친구들로부터 성기가 작다는 놀림을 당하긴 하지만 자살까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은밀한 부위가 공개된 것이 약간의 수치심을 줄 수는 있으나, 어쩌면 ‘연예인만큼 예쁜’ 타치와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이 같은 남자들에게는 부러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상쇄가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면 여성은 같은 여성에게는 걸레 같다는 모욕을 들어야 하고, 남성에게는 나한테도 영상에서처럼 똑같이 해 달라는 모욕적인 요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10대가 성관계를 맺은 것이 옳고 그름은 둘째 치고, 영상의 공개로 겪게 되는 고통의 무게는 분명히 다르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 작품은 브라질 영화로,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에서 방아쇠를 당기거나 피가 여기저기 튀는 그런 잔인한 장면은 보여주지 않은 채 자살을 암시하는 수준의 연출이 관객을 배려한 것 같아 돋보인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