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설정에 신파도 약간 버무려진 영화

굳이 1997년작 <체인지>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난해 개봉한 <아빠는 딸>만 하더라도 남녀의 몸이 서로 뒤바뀌는 설정의 영화는 그동안 종종 있어왔다.

걸그룹 카라 해체이후 일본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강지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레온> 역시 어느 날 사고로 여자를 엄청 밝히는 ‘변태 사장’과 파견직 사원의 몸이 뒤바뀐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다.

가슴만 커서 오히려 ‘민폐’인 까닭에 ‘민폐 사원’으로 불리는 소심한 파견직 사원 레온(강지영 분)은 어느 날, 임원의 딸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늘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려서 사내의 모든 여직원들이 싫어하는 ‘변태 사장’ 레오(다케나카 나오토 분)는 그의 자리를 탐내는 세력에 의해 운전 중 감전되고, 이로 인해 길 가던 레온을 치게 된다.

얼마 후 병원에서 깨어난 레오는 자기 몸이 아닌 레온의 몸인 것을 알게 된다.

충격도 잠시, 여자를 좋아하는 탓에 유흥업소를 자주 드나들었던 왕년의 실력으로 예쁜 여성의 몸이 된 김에 돈이나 벌어볼까 해서 유흥업소에 취직하지만, 너무나 ‘아저씨 같은 행동’을 해서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자기의 몸이 혼수상태에 빠진 틈을 타 조카가 사장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몸이 파견직 사원이라 이를 저지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깨어난 자기의 몸속에 들어간 레온과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 십년째 해마다 2월 2일이면 자기가 프러포즈 하려고 기다렸던 여자가 낳은 자신의 딸이 레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한때 카라로 활동할 시절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강지영이 아저씨 영혼이 몸속에 들어왔다는 설정으로 인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매우 털털한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갑자기 이야기가 두 사람이 사실은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부녀 사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은 영화를 진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극 초반 소심한 캐릭터일 때의 강지영의 모습에서, 레오의 영혼이 들어온 후 예쁘게 꾸미면서 강지영의 미모가 극대화 되는 부분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아울러, 강지영의 몸속에 들어간 사장 레오가 여직원들이 그동안 당한 사내 성희롱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주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금년 초 전세계적으로 벌어진 미투운동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뭇 여성들에게 연애를 빙자해 온갖 나쁜 일을 시킨 사내 회계사가 나중에 들통 나서 곤경에 처하자, 또 다시 그녀들에게 한명씩 작별 인사를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그에게 홀딱 반해 버리는 장면은 여성을 희화화 하는 것처럼 보여 조금 불편하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