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쫓겨난 게이 작가의 일대기 그려
누구나 한 번 쯤은 봤을 익숙한 그림. 바로 ‘톰’의 일러스트다. 남성판 핀업 걸의 이미지는 금기된 욕망의 해방구로 현대미술의 한 획을 긋는다.
토우코 라크소넨(페카 스트랭 분)은 2차 세계대전에 핀란드 군인으로 전쟁에 참가한다. 훈장까지 받지만 종전 후 아직 전쟁의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낮에는 광고회사에서 일러스트를 그리고, 밤에는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며 보낸다.
사회에 용인되지 못하는 자신만의 그림을 은밀히 작업하다 팔아보려는 생각에 독일까지 가지만 절도를 당해 좌절하게 된다.
애인인 니파를 만나고 그의 제안으로 외국에 그림을 보내게 된다. 금지된 욕망을 담은 일러스트는 미국에서 알려지기 시작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진정한 해방을 맛보며 전시회 등의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한다.
인권이 자리 잡기 전,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것 이상으로 법적 처벌을 받는 시기. 숨어서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하던 토우코는 톰이라는 필명을 사용했고,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톰 오브 핀란드’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개제한다.
자신을 숨기고 생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다.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을 피해 상대를 찾고, 술집에서 게이라는 것이 들통나 쫓겨나기도 한다.
사회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이해는 커녕 외면당하고, 저급한 예술로 치부된다. 사회에서는 그 사실만으로도 철창신세가 된다.
애인 니파와의 관계를 통해 많은 갈등을 볼 수 있다. 토우코의 당당함과는 반대로 니파는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 흔들리는 것을 보여준다.
토우코의 동생 카이야의 권유로 3명이 같이 살게 되지만 본인의 정체성을 카이야에게 드러내지 못한다.
카이야가 니파에게 관심이 있음을 드러내도 본인의 정체성에 당당할 수 없는 모습은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다.
그의 작품은 가죽자켓과 부츠, 청바지, 선글라스, 제복 등의 남성적인 요소의 익숙한 이미지를 담아내 ‘핀업 걸’이 아닌 ‘핀업 보이’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게이 문화를 대중화 시킨 작품들은 섬세한 필체로 사실화 해 묘사했으며, 금기된 욕망의 표현으로 게이문화의 한 획을 긋는다.
영화의 처음 배경이 된 2차 세계대전의 상황은 영화 중간 중간에 회상 장면으로 교차 편집되는데 삶이 전쟁과 같다는 의미를 간접 전달하며 인정받지 못하는 아슬아슬한 삶을 대변한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은 불편할 수 있는 영화로, 인간의 삶과 작품에 기준을 두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삶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다.
영화 <톰 오브 핀란드>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